1 미하엘 슈마허
올해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자동차 관련 인물을 꼽자면 미하엘 슈마허다. F1에서 7번이나 월드 챔피언에 오르고, 포디움에도 154회나 오른 F1의 황제 슈마허가 지난해 12월 말 스키장에서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뉴스가 퍼지자 사람들은 한동안 기사를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고가 나기 몇 주 전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의 주행보조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던 그였다. 하지만 기사는 사실이었다. 슈마허는 현지 시간으로 12월 29일 오전 11시 프랑스 알프스의 메리벨 스키장에서 아들과 함께 스키를 타다 슬로프를 벗어나면서 바위에 머리를 부딪혔다. 헬멧을 쓰고 있긴 했지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6개월 넘게 깨어나지 못하다가 지난 6월 16일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에 있는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슈마허의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보인다. 슈마허의 치료를 담당했던 그르노블 대학병원 내과의사는 스위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슈마허의 집을 방문해 상태를 살펴봤는데 꽤 양호한 수준”이라며 “그가 1〜3년 안에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처럼 슈마허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F1의 전설이여, 부활하시라.

2 루카 디 몬테체몰로
1973년 입사해 반평생을 페라리에 바친 루카 디 몬테체몰로 회장이 지난 9월 10일 공식적으로 페라리를 떠났다. 1991년 회장직을 맡은 후 23년 만의 사임이다. 몬테체몰로는 페라리의 얼굴이자 살아 있는 역사다. 입사하자마자 엔초 페라리의 비서직을 맡은 그는 이듬해 스쿠데리아 팀의 매니저를 겸임했다. 그가 팀을 맡고 있던 1975년과 1977년 페라리는 니키 라우다를 앞세워 F1 월드 챔피언십을 따냈다. 몬테체몰로 회장은 페라리에서만 잔뼈가 굵은 건 아니다. 1976년엔 피아트 레이싱 팀의 수장으로 승진했고, 1977년에는 피아트 수석 매니저가 됐다. 1980년대엔 피아트 제국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겸했다. 그러다 1991년 페라리 회장으로 임명됐다.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페라리가 또 한 번 F1에서 팀 부문 챔피언십을 따내길 원했다. 재빨리 니키 라우다를 팀의 컨설턴트로 앉히고 F1 엔지니어였던 클라우디오 롬바르디를 매니저로 임명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페라리 F1 팀은 2000년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거머쥐게 됐다. 1999년에는 팀 부문 월드 챔피언십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업적은 1990년대 부채에 허덕이는 페라리를 흑자 회사로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몬테체몰로의 빈자리는 당분간 피아트 회장인 세르조 마르키온네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몬테체몰로의 퇴진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마르키온네가 몬테체몰로를 껄끄럽게 여겨 내쫓았다는 얘기도 있다. 솔직히 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둘은 근본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랐다. 몬테체몰로는 “페라리의 연간 생산량을 7000대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쉽게 살 수 없는 차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줘 페라리에 대한 갈증을 키워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르키온네는 이런 몬테체몰로의 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했다. “페라리에는 연간 1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몬테체몰로가 떠난 이상 페라리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페라리의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페라리 팬들은 페라리가 수익을 내기 위해 대중적인 차를 내놓진 않을까 걱정한다.

3 제이 메이스
16년 동안 포드에서 디자인 부사장을 지낸 제이 메이스도 은퇴를 선언했다. 아우디에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시작한 그는 1989년 미국으로 돌아가 폭스바겐 미국의 치프 디자이너가 됐고, 그곳에서 폭스바겐 콘셉트 1 프로젝트에 합류해 비틀을 디자인했다. 그가 포드로 옮긴 건 1997년의 일이다. 부사장 자리에 앉은 그는 당시 포드 산하에 있던 8개 브랜드의 디자인을 책임졌다. 포드 페어레인을 포함해 쉘비 GR-1과 427, 볼보 세이프티카 콘셉트 등의 디자인을 총괄한 것도 그가 한 일이다. 2000년대는 그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의 디자인 관련 상을 휩쓸며 미국에서 특히 유명세를 치렀다. 2002년에는 LA에 있는 현대미술관에서 ‘복고적 미래주의-제이 메이스의 자동차 디자인’이란 주제로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5세대 머스탱은 그가 디자인한 최고의 차로 꼽힌다. 미국 언론은 과거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머스탱의 디자인에 찬사를 보냈다.
그가 은퇴를 선언한 배경과 관련해 정확히 알려진 건 없지만 앨런 머렐리가 포드를 떠나면서 ‘포스트 머렐리’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의 후임으로는 현재 포드의 북미 디자인 책임자인 모레이 칼럼이 결정됐다.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 이안 칼럼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신형 퓨전의 디자인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포드의 디자인 수장이 바뀌면서 앞으로 포드의 디자인이 복고를 뺀, 좀 더 공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4 루이스 해밀턴
페텔의 독주가 영원할 줄 알았다. 지난해 8월 9개 대회 연속우승을 기록하며 2004년 미하엘 슈마허가 세운 8개 대회 연속우승 기록을 넘어섰을 때 페텔을 넘을 드라이버는 당분간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올 시즌 F1 영웅은 페텔이 아니라 루이스 해밀턴이다. 페텔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반면 해밀턴은 열 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07년 혜성처럼 나타나 2008년 F1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해밀턴은 페텔의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그렇게 F1에서 잊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2012년 메르세데스 팀으로 이적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올 시즌 F1 머신과 관련된 규정이 대폭 바뀌면서 메르세데스의 F1 머신이 빛을 발했고, 해밀턴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해밀턴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드라이버는 바로 팀 동료인 니코 로스베르크다. 8년 동안 F1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지난 11월 10일 열린 F1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드라이버 부문에서 317점을 채웠다. 해밀턴의 점수는 334점이다. 11월 23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최종전에서 만약 니코가 우승한다면 올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은 해밀턴이 아니라 니코가 된다. 둘의 우승 경쟁이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5 피터 슈라이어
올해 1월 현대차그룹이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을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역량을 높이고, 양쪽 브랜드의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브랜드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이로써 슈라이어는 현대차그룹의 첫 외국인 사장이 됐다. 2006년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한국에 온 그는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K5와 K7, K3에 차례로 적용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크게 히트를 쳤다. 현대차가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요상한 이름의 디자인 언어로 에일리언처럼 생긴 쏘나타를 내놓을 때 기아차는 직선적이고 단순한, 하지만 당당해 보이는 K5를 선보였다. 디자인에선 K5가 낫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K5는 출시 첫해인 2010년 6만1876대가 팔렸고 다음 해에 8만7452대가 팔려 판매량이 거의 1.5배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이 피터 슈라이어에게 사장 자리를 내주면서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까지 담당하게 한 배경은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기아차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신형 쏘나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LF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디자인 작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자인이 얼마나 바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하는 새로운 현대차는 어떤 모습일까?

6 폴 워커
영화배우 폴 워커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카레라 GT를 타고 자신이 설립한 자선단체의 모금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중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는 화염에 휩싸인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폴 워커는 영화배우 이전에 카레이서였다. ‘AE 퍼포먼스 팀’의 일원으로 각종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며 레이싱을 향한 열정을 내뿜었다. 자동차 튜닝숍인 ‘얼웨이즈 이볼빙’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차를 직접 튜닝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건 그가 사망하면서 튜닝숍도 문을 닫게 됐다는 사실이다. 차고에 있던 차는 모두 경매에 넘어갔다.
올해 우리 곁을 떠난 인물은 또 있다. 모터사이클 디자이너 마시모 탐부리니와 전 F1 챔피언 잭 브라밤이다. 탐부리니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두카티로 꼽히는 916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두카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탐부리니는 2013년 11월 폐암 진단을 받고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올해 4월 6일 세상을 떠났다. 잭 브라밤은 F1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세 번이나 F1 챔피언에 오를 만큼 대단한 드라이버였던 그는 브라함 레이싱 팀을 창립하며 레이싱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1970년 은퇴 후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레이싱 꿈나무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사인은 지병인 신장과 간 질환이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아주 평화로운 죽음이었다고 말했다.  

7 정몽구
지난 9월 18일 현대차그룹이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받았다. 현대차그룹이 써낸 입찰금액은 10조5500억원으로, 한국전력이 제시한 감정가 3조3000억여 원의 3배가 넘었다.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터무니없이 높은 값에 낙찰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정몽구 회장은 “향후 100년을 내다본 투자였다”고 밝혔지만 사람들의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처사였다며 비판이 일었고, 외국인들은 한전 부지를 낙찰받은 이후 한 달 반 사이에 현대차 주식을 5000억원 가까이 팔았다. 당연히 주가도 떨어졌다. 한전 부지를 매입하기 전 21만8000원이던 현대차 주가는 11월 14일 기준 17만7000원으로 내려갔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새 사옥을 건립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처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사실 새 사옥 건립은 정몽구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지난 2006년부터 사옥 건립을 추진해온 현대차는 뚝섬 인근에 있는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규제에 막혀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한전 부지 매입은 정몽구 회장의 굳은 의지였던 셈이다. 서울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데 불러 모아 발밑에 거느리고 싶다는 뜻 아닐까? 과연 회장님의 뚝심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