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08 1.6 HDi 

지난해 이맘때 난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있 었다. 혼자는 아니었다. 푸조 홍보담당자와 푸조 시트로엥 디자인 이노베이션 부서의 신용욱 디자 이너와 함께였다. 그는 208에 이어 2008의 인테 리어를 총괄한 디자이너다. 우리가 샹젤리제 거리 를 걸었던 건 2008을 만나기 위해서다. 샹젤리제 거리 안쪽 끝엔 푸조시트로엥의 본사가 있다. 

“2008을 타보면 생각보다 공간이 넉넉한 것에 놀랄 겁니다. 제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데 운 전석에 앉았을 때 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 으니까요. 직접 앉아보면 제 말이 거짓말이 아니 라는 걸 알 겁니다.” 

주차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2008은 생각보다 예뻤다. 그리고 컸다. 스마트만 한 작은 차가 넘 실대는 파리 거리여서일까?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작은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휠 위쪽으로 보이는 계기반이 낯 설게 느껴졌다.

“파워스티어링이 없는 옛날 차는 스티어링휠 이 커야 잘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파워스티어링 이 개발된 후에도 에어백 때문에 스티어링휠은 커 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요즘은 에어백이 작아 졌습니다. 스티어링휠이 클 필요가 없어진 거죠. 그래서 크기를 줄이고 그 위에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올렸습니다. 물론 처음엔 반대가 컸습 니다. 스티어링휠이 작 은데 잘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죠. 그래 서 작은 스티어링휠을 단 프로토타입을 4대 만들 고 220명에게 직접 몰아보게 했습니다. 그들이 모 두 ‘좋다, 문제없다’는 의견을 줬기 때문에 자신감 을 얻고 추진할 수 있었죠.”

2008은 208의 길이와 높이를 늘린 모델이라 고 생각하면 된다. 208과 휠베이스는 같지만 길이가 20센티미터 길고, 높이가 6센티미터 높다. 수치상으론 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운전석 에 앉으니 실내가 넉넉하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208은 머리가 닿을락 말락 했는데 2008은 허리를 곧추세워도 머리 위 공간이 넉넉했다. 스티 어링휠은 가볍고 매끈했다. 작아서 양손으로 쥐 고 돌리기가 한결 수월했다. 시승차는 6단 수동변 속기를 단 1.6 e-HDi였다. 손맛이 끝내줬다. 의도 하는 대로 달려주는 맛이 삼삼했다. 2008은 민첩 하게 움직였다. 고속에서도 휘청거리는 기색 없이 안정적으로 내달렸다. 속도를 높일수록 스티어링 이 무거워지면서 안정감이 커졌다. 스티어링휠도, 가속페달도 쫀쫀하게 손과 발에 붙었다. 작은 차 를 타는 재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차였다. 연비도 수준급이었다. 복잡한 파리 시내를 벗어나 교외를 달리자 연비가 쭉쭉 올라갔다.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나들며 달렸는데도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찍힌 연비는 100킬로미터에 5.5리터, 그러니 까 리터당 18.2킬로미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