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아름 | 차 좀 아는 여자. 아버지가 오랫동안 자동차 회사에 근무했다. 운전 실력 역시 단연 발군. 다양한 취미 생활로 본업보다 부업으로 버는 돈이 더 많다.

은영 | 차 타고 출퇴근하는 여자. 멤버 중 유일한 유부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양발 운전하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현경 | 조수석에만 타본 여자. 아직 면허가 없어 차를 잘 모르지만 궁금증은 많다. 패션 브랜드 홍보팀에서 일한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순간 차를 살 계획이다.

 

#1
현경 | 독일차는 기본에 충실하다며?
은영 | 네가 그런 말 하니 웃긴다. 큭큭.
아름 | 얘 나랑 오면서 공부했거든. 나보다 더 공부했어. 푸하하. 포르쉐가 사람 이름이냐, 회사 이름이냐 그것부터 시작했다고.
현경 | 히틀러가 포르쉐 박사를 고용해 만든 차라며? 나 열심히 공부했어. 연도까지 외울 판이야. 당시 독일의 평범한 회사원 평균 연봉이 1600마르크였는데 이 차는 그보다 못 미치는 999마르크를 내고 살 수 있게 만든 차랬어.
은영 | 정말 열심히 공부했네? 나는 폭스바겐 하면 비틀부터 떠올라.
현경 |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고 히틀러가 체코의 자동차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하면서 만들었다고 했어. 나쁜 ××.

 

#2
은영 | 외관은 정말 멋져.
현경 | 개구리 같아. 붕붕이 같지 않아? 휠도 큼지막한 게 예뻐. 쥬크는 ‘남자친구나 가지라 그래’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차는 정말 갖고 싶네.
아름 | 창문에 물받이가 없어서 좋아. 깔끔해.
현경 | 군더더기가 없지.
은영 | 비틀은 무조건 빨간색이나 파스텔 톤으로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블랙이 주는 매력이 있네. 장난감스럽지 않아.
현경 | 나 밀양에 살 땐 수입차가 별로 없었거든. 그런데 고등학교 때 밀양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비틀이 눈앞에 떡하니 등장했지 뭐야. 너무 예뻐서 ‘저런 것도 차야?’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

 

#3
아름 | 생각보다 시야가 좋아. 내가 세단을 싫어하는 이유가 보닛이 길어서 거리 가늠이 잘 안 되기 때문인데, 비틀은 그렇지 않네.
은영 | 나름 골프보다 비싼 차니까.
현경: 뭣보다 비싸다고?
은영 | 골프.
아름 | 차 이름이야.
현경: 무슨 찬데? 유명한 차야?
은영 | 폭스바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해치백이야.
현경 | 아~. (뒷좌석에서 잡을 수 있도록 B필러에 마련된 손잡이를 보며) 그런데 이거 좀 충격적이다. 얼마 전에 세부에 다녀왔는데 거기에 있는 멀티캡 손잡이랑 똑같아.
은영 | 문이 두 개밖에 없는 차니까 뒷자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럴까? 구석구석 뜯어보면 참, 여성들을 위한 차는 아니야.
아름 | 맞아. 미니 같은 느낌이랄까?
현경 | 뉴비틀보다 여성적이지 않은 건 분명해.

 

#4
현경 | 저기 대시보드 위에 달린 건 뭐야?
아름 | 오일 온도랑 시계, 터보 부스트 압력 게이지야.
현경 | 터보?
아름 | 음 터보는… 일단 이것부터 설명해야겠다. 엔진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그런데 폭발은 산소가 더 많을수록 강해지잖아? 그래서 더욱 강한 힘을 내기 위해 엔진에 공기를 더 불어넣는 바람개비를 설치해. 그게 터보야.
현경 | 그런데 저게 왜 필요해?
아름 | 부스트 압력을 보고 터보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거든. 아 어렵다, 어려워. 지금 봐봐. 내가 가속페달 밟을 때마다 움직이는 거, 보여?
은영 | 저런 건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아냐? 비틀은 여자들의 로망인데, 안 어울려.
아름 | 폭스바겐에서 더 비틀은 남자들을 위한 차라고 내놨대. 전보다 둥글둥글한 모습이 많이 없어졌지만 이 차를 누가 남자 차라고 보겠니? 아직 뉴비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 있는 거지.

 

#5
현경 | 뒷자리는 신경 안 쓴 것 같았는데 담뱃불 붙이는 게 여기 있네? 컵홀더랑 팔걸이도 있어!
은영 | 이것 때문에 좌석이 구분돼서 옆자리로 넘어가기 힘들겠어.
현경 | 아니, 히틀러가 5명 탈 수 있게 만들라 그랬는데 왜 뒷좌석은 2명밖에….
아름 | 1세대 모델이나 그렇지! 푸하하!
은영 | 뒷좌석이 너무 직각으로 서 있어.
아름 | 엉덩이 끝까지 넣어 앉으면 바른 자세가 나와. 그렇게 해야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넓힐 수 있다나 봐.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의외로 편한데? 시트나 인테리어는 쥬크보다 나은 것 같아.
현경 | 정말?
아름 | 응. 난 이렇게 정석을 따른 디자인이 좋아. 익숙하니까. 직관적이라고 해야 할까?
은영 | 이 패널(카본파이버 무늬 패널)은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심어놓은 것 같은데 너무 반짝거려서 조금 없어 보여. 외관만 보면 트렌디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그렇게 보이나봐.
아름 | 사실 나는 실내까지 트렌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차는 한 번 사면 몇 년은 타니까. 세월이 흘러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이 낫지.
은영 | (선루프를 조작하며) 야, 이것도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선루프가 넓긴 한데 반밖에 안 열리면 무슨 소용이야. 시야를 가린 느낌이야.

 

#6
아름 | 너 근데 지금도 양발 운전하니?
은영 | 응. 아니면 못 하겠어.
현경 | 왠지 무서워. 그래서 얘 운전이 거친 건가?
아름 | 디젤인데 시끄럽지 않은걸?
은영 |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며) 오! 좋은데?
아름 | 승차감은 좋은데 시트가 딱딱한 편이야.
현경 | 글러브박스 위 대시보드에 따로 마련한 수납공간은 참 센스 있네. 선글라스처럼 간단한 소품 넣기에 편해.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니까. 문 안쪽에 달린 쫄대도 좋네. 구석구석 수납공간을 마련한 점은 높이 살 만해.
은영 | 밟아도 힘들어하지 않는구나! 쥬크보다 훨씬 안정감 있고 브레이크도 묵직하고 부드러워.

 

#7
아름 | 이런 브레이크 좋아.
현경 | 그래?
아름 | 응. 내가 살짝만 밟아도 잘 서. 트랙스 타본 적 있는데 밀려서 싫더라고. 깊게 밟아야 했어. 그런데 이 차는 속도도 잘 나오고, 가속페달 밟는 느낌도 굉장히 좋아. 밟고 나서 속도 유지도 잘 되고, 지금 내가 커브길에 속도를 내도 부드럽게 돌았어. 스티어링휠이 묵직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
현경 | 언제는 남성적이라 별로일 것 같다더니.
아름 | 근데… 운전해보니까 이 차 더 사고 싶다.

#8
은영 | 있을 건 다 있네. 내가 볼 땐 패밀리카나 남편 차가 따로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 유치원 데려다주는 용도로 쓰기에 좋은 것 같아.
아름 | 아이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문 두 개 달린 차는 뒷자리 공간이 좁아서 카시트를 설치해도 사고 나면 위험할 거야.
현경 | 아무리 생각해도 세컨드카나 여자들을 위한 차 같은데 터보에 묵직한 스티어링휠까지…. 볼수록 이 차는 타깃을 잘못 잡은 것 같아.
은영 | 동감이야.
아름 | 그럼 누가 타야 좋을까? 20~30대 남성?
은영 | 그들은 이 차를 안 타겠지. 이 값의 다른 차를 살걸? 특히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다른 선택지가 많을 것 같아.
현경 | 터보나 스포티한 감성을 담은 부분을 싹 빼고 정말 여자들이 운전할 때 꼭 필요한 요소만 넣어서 싸게 만들었으면 잘 팔렸을 거야. 그런데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여자가 아닌 남자들을 위해 비틀을 개선해보자고 해서 만든 거니까 그들 눈에는 이 모습이 최선이었겠다는 생각도 드네.
은영 | 비틀 자체가 굉장히 아이코닉한 차니까.
아름 | 굳이 ‘여자들의 로망’이라는 이미지를 버려야 했을까?
은영 | 헤비 유저들은 어찌 됐건 남자야. 여자들이 비싼 차를 쉽게 사는 경우는 드물어. 진짜 장사를 하려면 역시 남자를 대상으로 해야지.
아름 | 그런데 미니는 남자를 위한 차인데 여자들이 많이 사잖아? 난 그걸 봤을 때 비틀이 어중간한 위치에서 자리를 잘못 잡고 있는 것 같아.

 

 

VERDICT 그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폭스바겐 더 비틀

 

아름 | 별점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코너링! 굽은 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부드럽게, 아주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비틀이 남자라면? 결혼하고 싶은 남자. 호감 뒤에 기대감이 따르는 첫인상. 대화하는 동안(드라이빙을 대화라 친다면) 여기저기에서 매력이 넘쳐나 헤어질 때 무척 아쉬웠다. 그래서 ‘아! 결혼해야겠다’ 마음먹게 되는 남자!
누가 타면 좋을까? 폭스바겐은 남성적인 콘셉트로 내놨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이 꿈꾸는 차다. 그래서 그냥 20대 후반 부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내가 타고 싶은 차.
남자친구가 타고 온다면? 괜찮다. 단, 그 남자친구 나이가 30대 초중반일 때까지만.
사고 싶어? YES! 올해로 운전 경력 8년 차다. 다양한 차를 몰아봤지만 여태껏 이렇게까지 날 만족시킨 차는 없었다! 터보 부스트 압력 표시계처럼 남성을 공략하기 위해 넣었던 디자인을 살짝 걷어낸다면 딱 좋겠다. 디자인의 정석으로 간결하게 꾸민 대시보드, 센터페시아가 마음에 들었다.

 

은영 | 별점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단연 디자인. 연신 예쁘다고 외치게 된다. 일에 치여 목석같이 감정이 메말랐던 나의 여성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틀이 남자라면? 귀여워서 친구처럼 다가갔는데 허리춤을 거칠게 휘어잡는 ‘마력’이 있다. 겉은 누구에게나 관대하고 부드럽지만 일단 올라타면 다른 ‘낮져밤이’ 타입의 남자.
누가 타면 좋을까? 20대 중후반 여성. 30대 후반의 노처녀 보다는 젊은 애엄마가 좋겠다. 남자는… 잘 모르겠다. 남편에게 권하진 않을 거다. 내가 타면 모를까.
남자친구가 타고 온다면? 이 차를 몰고 오는 남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선물로 끌고 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다. 그러나 이번 판은 나가리(?)다. 여보, 미안.
사고 싶어? 내 연봉이 딱 1000만원만 더 많았어도 샀을 것 같다. 대신 영업 때 쓸 회사 차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딱정벌레 차가 주는 유아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내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런 조바심이 생긴다.

 

현경 | 별점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소형차의 뒷좌석은 좁고 쿠션이 딱딱해 불편하다. 그래서 앉으면 소외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비틀은 뒷좌석까지 솔찬히(?) 배려했다.
비틀이 남자라면? 활용도 높은 수납공간 등 여전히 여성들의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다. 비틀이 남자라면 여자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남자이지 않을까?
누가 타면 좋을까? 20~30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유행을 좇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변함없는 폭스바겐의 아이콘, 비틀이 딱이다.
남자친구가 타고 온다면? 남자친구가 하루 종일 비틀 속에 방치해도 용서할 수 있다. 데이트가 끝난 후에는 내가 타고 가겠다며 조르고 싶은 차!?(그럼 차이겠지?)
사고 싶어? Absolutely(Yes로는 부족하다)! 어릴 때부터 꼭 한 번쯤 타보고 싶었던 차가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근육질 남친의 품에 쏙 들어가 있는 듯 감싸주는 착석감에 별 다섯 개 만점에서 별 반 개를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