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5 M50D    
BMW는 매우 공격적인 회사다. 예전의 슬로건인 ‘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이나 지금의 ‘Sheer driving pleasure’가 보여주듯이 강렬한 이미지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도전적인 이미지는 그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없으면 지탱되지 않는다. 그래서 BMW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최대한 빨리 한다.

만일 경쟁자에게 뒤처지거나 출발이 늦은 분야가 있다면 BMW는 더욱 공격적으로 총력전을 펼쳐 끝내는 자신의 우위를 쟁취하고야 만다. 예를 들어 실키식스 자연흡기 엔진에 집착하다가 다운사이징 조류에 뒤처졌지만, 이제는 모든 모델에 다운사이징을 가장 공격적으로 적용한 브랜드다. 그리고 10여 년 전만 해도 승용 디젤을 꾸준히 발전시켜온 메르세데스 벤츠나 폭스바겐, 아우디에 비하면 BMW의 디젤 기술은 한낱 ‘방구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유럽 브랜드에게 이산화탄소 총량제 등 연료효율이 뛰어난 엔진이 필요해졌고 디젤은 실현 가능한 중요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후발 주자인 BMW로서는 승용 디젤을 경제성이나 환경 친화적 솔루션으로 밋밋하게 알릴 수는 없었다. 임팩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4기통 디젤 엔진에 바이터보를 얹어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최초의 디젤 엔진을 선보였다. 사실 개발을 먼저 시작한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역시 BMW가 발 빠르게 상용화에 섰다. 그리고 BMW 스포츠 모델인 M에도 터보 디젤을 적용하기에 이르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다룰 M50d다. 디젤 엔진으로 르망 레이스를 제패한 아우디보다도 BMW는 시판용 디젤 스포츠 모델을 앞서 내놓았다.

X5와 X6 M50d 모델, M550d, 그리고 기함인 750d 모델에 탑재되는 이 엔진을 통해 BMW는 자신이 가진 디젤 엔진 테크놀로지를 자랑했다. 그것이 바로 코드명 N57S 엔진이다. 이 엔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터보차저가 3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KKK 터보로 알려졌던 보그워너와 함께 개발한 이 시스템은 R2S라는 2스테이지 터보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다. R2S는 저회전부터 작동하는 저압 터보차저를 바탕으로 고회전에 특화된 고압 터보차저를 순차적으로 작동시키는 탠덤형 과급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아우디의 바이터보 엔진과 같은 설계다. BMW의 트라이터보 디젤 엔진은 R2S의 조준점을 상향 조정한다. 즉 저압 터보를 중속대 이상에서 좀 더 높은 압력을 제공하도록 조정하고, 고압 터보는 더 높은 압력으로 최고출력을 더욱 향상시키도록 고출력용 시스템으로 재설계한 것이다. 그리고 저압 터보가 자리를 비운 저회전 영역은 소형 가변식 터보를 추가해 보완했다. 

이 엔진이 가져온 파장은 대단했다. 디젤 엔진이 리터당 100마력이라는 고성능 엔진의 벽을 허물고 고성능 휘발유 엔진에서나 가능했던 리터당 130마력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기존의 최고 성능 디젤 엔진의 수치를 단번에 25퍼센트 이상 향상시킨 것이었다. 토크는 8기통 디젤 엔진을 완벽히 대체하고 남을 75.4kg·m다(참고로 유명했던 폭스바겐 V10 TDI가 76.4kg·m였다). 연료 경제성 역시 자사의 바이터보 대비 8퍼센트 향상됐으며 유로6 배출 가스에도 대응했다. 
BMW는 트라이터보 엔진을 통해 디젤 엔진의 고성능화에 불을 질렀다. 아직도 이 엔진은 3리터급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BMW M 모델에 최초로 탑재된 스포츠 디젤 엔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에 의한 원가 상승과 정비의 복잡성 등 실용적인 면의 발전을 요구하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터보 디젤 엔진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건 확실하다.

AUDI A7 55 TDI
첨단 기술의 전시장 같은 BMW의 트라이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A7의 바이터보 3.0 TDI 엔진은 언뜻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같은 배기량인데 최고출력은 68마력, 최대토크는 9.1kg·m 떨어진다. 터보차저 개수도 하나 적고, 엔진 블록도 알루미늄이 아닌 일반 주철을 개선한 강화 흑연강(CGI: Compacted Graphite Iron)이다.

하지만 운전한 뒤의 느낌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아우디는 이 엔진을 만들 때 정확한 목적과 콘셉트를 갖고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BMW의 트라이터보 디젤은 ‘어떤 엔진 영역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라는 완벽주의와 ‘리터당 최고출력’이라는 수치적 목표에 집중한 반면, 아우디는 사용 영역에 따라 캐릭터를 바꿀 줄 아는 영리한 엔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다.

BMW의 N57S 엔진은 최고출력이 4400rpm에서, 최대토크는 2000rpm 이상에서 나오는 등 터보 디젤 엔진으로서는 극단적으로 고회전, 고출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출력을 우선으로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저회전 영역의 허약함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었고 따라서 작고 민첩한 가변식 터보 하나를 저회전 영역에 전담 배치했다. 그래서 트라이터보 구조가 완성됐다.

하지만 아우디의 바이터보 엔진은 애초부터 풍부한 실용 출력이 주된 관심사였다. 따라서 BMW 트라이터보에서는 중회전 이상에서 작용하던 저압 대용량 터보가 아우디 바이터보에서는 공회전 바로 위부터 극저회전 영역부터 작동한다. 이 덕분에 A7 55 TDI는 컴포트 모드에서 어떤 기어 단수이든 1200rpm 부근에서 크루징이 가능하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8단으로 크루징할 때도 1200rpm이다. 이때 느낌은 미국산 OHV V8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우 두툼한 토크가 압권이다. 실제로 이 엔진의 최대토크는 이미 1450rpm부터 발휘되며 2800rpm까지 대단히 폭넓게 유지된다. 즉 이 엔진의 토크 특성은 ‘마치 큰 엔진 같은 느낌’이 아니라, ‘진짜 큰 엔진의 감각’이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이 엔진의 숨겨진 진가가 드러난다. 고회전 영역의 고출력을 담당하는 고압 터보가 추가로 작동하며 전혀 딴판인 고성능 엔진 모습이 드러난다. 게다가 모든 기어 단수에서 디젤 엔진으로는 대단히 높은 회전수인 5200rpm까지 돌린 뒤에 변속이 일어난다. 놀라운 점은 5200rpm에서도 맥이 풀리고 그냥 돌기만 하는 느낌이 아니라 옹골찬 출력이 살아 있으며, 회전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드러나는 밸브 기구의 부조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의 물리적 회전 한계는 6000rpm이 훨씬 넘을 것 같다. 

아우디 바이터보 엔진의 터보 유닛은 하니웰, 즉 이전의 가레트 제품이다. 저회전 터보는 적은 배출 가스량에도 압력은 낮지만 민첩하게 과급 기능을 제공하는 웨이스트게이트 방식의 가레트 GT3067 모델이며, 고압 터보는 높은 출력은 물론 넓은 회전 영역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전자제어식 액추에이터의 가변식 터보(VTG)가 적용된 가레트 GT1749이다. 

아우디 바이터보 엔진은 두툼한 저회전 토크형 엔진과 초고회전 고성능 엔진이라는 두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게다가 매우 매끄럽고 유연한 엔진이었다. 출력이 70마력 가까지 낮음에도 BMW 트라이터보 엔진보다 감각적 체험 성능이 더 강렬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컨대 아주 극단적인 고성능과 복잡한 구성이 아니더라도 캐릭터가 정확하게 설정된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코스트로 고성능 엔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아우디는 증명한 것이다. 

아우디는 이미 RS5 TDI 콘셉트 모델을 통해 전기식 슈퍼차저를 이용한 차세대 엔진을 공개했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를 유지하면서 혁신적으로 출력과 효율을 높여 양산에 적극 활용할 기술을 추구하는 것이다. 

MASERATI GHIBLI DIESEL
기블리의 터보 디젤 엔진은 오늘 모인 석 대 가운데 그 구성이 가장 평범하다. 터보차저도 GTB20V 하나뿐이고, 이제는 드물지 않은 2000바 연료 압력을 사용하는 커먼레일 시스템이다. 엔진 블록도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강화 흑연강을 사용한다. 

사실 이 엔진은 새로운 엔진이 아니다. 피아트 그룹의 자회사인 VM 모토리가 2011년부터 크라이슬러에 납품했던 A630 DOHC 엔진의 고성능 버전인 A630 DOHC HP다. 

자꾸 BMW 트라이터보 엔진을 거론해서 뭣하지만, 마세라티의 접근 방법은 BMW의 그것과 극적으로 달랐다. BMW는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즉 저회전 토크나 고회전 출력, 엔진 응답성과 효율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엔진을 만들려고 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단점이 없는 엔진이다. 즉 단점을 막겠다는 ‘수비적’ 사고방식에 근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의 접근법은 달랐다. 단점을 커버하는 대신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려 했다. 그리고 독일인의 강점인 이성적으로 완벽한 성능곡선보다는 이탈리아인들이 잘하는 감성의 만족에 충실하고자 했다. 평범한 엔진 구성을 유지하는 대신, 각 부품은 최고급으로 다듬기로 했다. 그 결과 기블리의 A630 DOHC HP 엔진은 기존의 A630 DOHC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25마력 이상, 최대토크는 5.0kg·m 이상 강화됐다. 아무리 3세대 가변식 터보인 가레트 GTB20V를 사용해 엔진 회전수에 대한 대응력을 키웠다고 해도, 목표 성능을 달성하다 보니 결국은 고회전, 고출력 영역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마세라티는 저회전 영역을 커버하는 대신, 엔진이 고회전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변속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즉 275마력의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58.1kg·m의 최대토크는 2000~2600에서 나오는데, 이는 멀티 터보 엔진에 비해 높은 회전 영역, 좁은 범위에서만 제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세라티는 ZF제 8단 자동변속기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3000rpm 이상의 고회전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변속 프로그램이 조절된다. 게다가 마세라티는 사운드 마에스트로다. 디젤도 다르지 않다. 배기 시스템에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사용하는데, 이 스포츠 프로그램과 조합되어 매우 강렬하고 우렁찬 엔진 브레이크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이 이탈리아식 프리미엄에 입각한 고성능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속 100킬로미터를 1400rpm으로 크루징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은 보장한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그것이 자신의 장기는 절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즉 노멀 프로그램에서의 달리기는 반응도 굼뜨고 재미도 없다. 하지만 일단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심지어 배기 시스템까지 차의 모든 부분이 제맛으로 깨어나며 비로소 마세라티를 운전하는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디젤 엔진이 처음에는 높은 열효율을 강조했고, 독일의 첨단 디젤들은 가솔린 엔진을 위협하는 고성능과 고회전 특성의 한계를 한층 밀어 올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디젤 엔진이 높은 원가를 상쇄할 만큼 고부가가치를 얻어내기에는 부족하다. 기계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감성적인 만족이 빠졌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감성이 완성돼야만 수치적 성능 이상의 것에 거금을 지불하는 슈퍼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디젤 엔진이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아주 냉철한 사업적 판단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지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제 때문에 마세라티가 디젤 엔진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

물론 종국에는 마세라티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윈터보 디젤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가슴이다. 글 :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가변식 지오메트리 터보(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
기존 웨이스트 게이트(WGT) 타입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WGT는 일정량 이상의 압력이 차면 배기압력이 빠진다. 따라서 터빈 용량이 클수록 저회전에서 터보래그가 길다는 단점이 있다. VGT는 터빈의 날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터빈으로 유입되는 배기가스량이 적으면 날개를 닫아 압력을 높여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이는 적은 양의 배기가스로도 터빈을 돌릴 수 있어 그만큼 터보래그를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엔진 회전수를 좀 더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