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는 ‘돈 많은 고객들이 구입하는 911을 위해 카이맨과 박스터의 힘을 봉인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포르쉐 911의 리어 엔진 레이아웃은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 미드 엔진보다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내기 힘든 구조가 확실하다. 그런데 911은 언제나 빨랐고 기술적으로도 더 세련됐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의심도 사라질 것 같다. 포르쉐가 힘 좋고 트랙에서 잘 달리며 더욱 럭셔리해진 GTS 버전의 카이맨과 박스터를 선보였다. 3.4리터 6기통 박서 엔진의 출력은 15마력 늘어 카이맨은 340마력, 박스터는 330마력이다. 기본 장비도 더 많아 스포트 크로노 패키지가 포함됐다. 전자 제어 트랜스미션 마운트에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시스템까지 장착돼 운전자가 차고를 10밀리미터까지 내리거나 드라이빙 모드를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박스터 GTS와 카이맨 GTS의 트레드는 기본형 911과 가까워졌고 가격은 1만800달러 저렴하다.

1963년형 904 카레라 GTS 레이싱카에서 시작된 GTS 라벨은 포르쉐 역사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배지는 924, 928, 997에 쓰였고 카이엔 SUV와 파나메라 세단에도 사용된 지 오래다. “우리는 GTS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GTS는 편안하면서도 고성능을 지향한다.” 박스터와 카이맨을 책임지고 있는 부사장 슈테판 베크바흐가 말했다.

 

호텔 밖에 도열한 GTS가 아침 태양에 빛나고 있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의 박스터와 카이맨 곁으로 걸어가면서 유심히 살폈다. 차의 색이 정말 화려했는데 개중에는 약간 음습한 기운이 드는 모델도 섞여 있었다. GTS는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다. 베크바흐가 말했다. “검은색은 어디에나 존재하죠. 그래서 강한 색입니다.” 

검은색을 앞 에어 인테이크와 스포일러에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차가 화가 난 인상이 됐다. 이 블랙 트림은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LED 러닝 라이트가 마치 스모키 화장을 한 것 같은 느낌도 준다. 또 911 카레라 S의 휠도 유광 블랙으로 도색해 끼울 수 있다. GTS 모델이라면 이 휠을 꼭 끼워야 패션이 완성된다. 

 

우리는 해군 군함 같은 회색의 박스터 GTS에 올라 톱을 열고 출발했다. 이 차에는 스포트 배기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스로틀을 여닫고 조작감이 좋은 패들시프트를 딸깍거릴 때마다 배기음이 바뀌는데, 낮게 으르렁거리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높은 음의 비명으로 마무리된다. 배기음은 3.4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힘이 넘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스페인 마요르카의 세라 드 트라문타나 산악 지역을 오르는 도로는 사이클 라이더, 돌, 나무, 가파른 낭떠러지가 코너마다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액셀레이터를 밟는 것에 조금의 주저함이 없다. 정교한 스티어링과 강하고 예측 가능한 브레이크가 자신감을 준 덕분이다. 

차의 속도를 늦추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GTS는 부드러운 알칸타라를 스티어링휠을 비롯해 도어패널, 센터콘솔, 시트 등에 사용했다. 기능성뿐만 아니라 실내를 더욱 고급스럽게 한다. 

카이맨은 오픈카 박스터만큼 재미있으면서 순수한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다. 루프에서부터 리어엔드까지의 라인이 꽤나 매혹적이다.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박스터보다 출력이 약간 높아 조금 더 빠르다. 그리고 으레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비싸기 마련인데, 쿠페인 카이맨이 1700달러나 더 비싸다. 훌륭한 트랙카인 카이맨 GTS를 타고 3킬로미터 길이의 스페인 마요르카 서킷을 달렸다. 1345킬로그램의 카이맨 GTS는 민첩하면서도 유연하게 작은 코너를 돌아나갔고 직선구간에서는 340마력이 한꺼번에 뿜어져 나왔다. 

다시 피트로 돌아오면서 다른 포르쉐에선 이런 재미를 느끼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다. 자! 이제 선택이 남았다. 911을 사서 헐리 헤이우드나 발터 뢸처럼 슈퍼카에 가까운 성능으로 몰아붙이거나, 아니면 돈을 조금 아껴 기본형 911의 힘을 내면서 좀 더 나은 밸런스를 지닌 카이맨이나 박스터를 살 수 있다. 포르쉐는 서류상 수치로 카이맨과 박스터가 911을 이기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서 이 둘은 분명히 911을 이길 수 있다. 밸런스는 그만큼 중요하다. 글: Greg Migliore(<AUTOMOBILE>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