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생명이다. 아무리 전자장비의 비중이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자동차의 심장은 차의 핵심인 엔진이다. 그 심장을 공유하는 브랜드와 자동차가 요즘은 생각보다 많다. 가장 화두가 되는 ‘심장을 나눈 형제’는 아마도 메르세데스 벤츠 C 220 블루텍과 인피니티 Q50 2.2d일 것이다.

인피니티 입장에서 보자. 르노닛산 그룹에 디젤 엔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르노는 디젤을 포함한 엔진 분야에서는 업계의 내로라하는 강자다. 이전에 M30d(현행 Q70)도 르노의 V9X 엔진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원래 르노에서 개발한 가로 배치용 V6 터보 디젤이었지만 나중에 세로 배치용으로 개발해 인피니티와 닛산에 사용됐다. 게다가 르노에는 매우 경쟁력 있는 4기통 디젤 엔진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Q50은 르노의 4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4기통 엔진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유럽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인피니티의 첨병인 Q50에게 자신의 주력 엔진을 전달한 것일까?

속사정이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상황을 볼 때 추측은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르노에겐 세로 배치용 4기통 디젤 엔진이 없다. 이전의 6기통 디젤은 닛산의 다양한 모델들을 위해 이미 세로 배치용으로 개조한 버전이 있었기에 M30d에 바로 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럽 시장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본격적으로 ‘접수’하고 싶었던 인피니티에게는 르노의 엔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가로 배치용 엔진을 세로 배치용으로 개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피니티는 유럽 시장 공략에 꼭 필요한 소형 해치백 Q30을 아예 메르세데스 벤츠에게 A 클래스를 기반으로 개발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그만큼 그들의 마음은 바쁘다. 게다가 메르세데스 벤츠는 변속기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엔진부터 변속기까지 파워트레인 전체를 공급받는 수급선의 단순화도 가능하다. 또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이 끝난 현행 디젤 파워트레인 탑재로 유럽 신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BMW는 토요타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고, 아우디는 르노의 직접 경쟁 상대인 폭스바겐 그룹 소속이니 인피니티에게 엔진을 제공할 리 없다.

 

인피니티 Q50 2.2d

인피니티의 입장이야 그렇다 치고, 왜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신들의 주력 엔진을 나눴을까? 그 답은 제원표와 실제 시승을 통해 각각 한 가지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통한 추측을 추가했다. 두 차에 장착된 파워트레인은 모두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작한 엔진과 변속기다(OM651 DE22 LA, 7G트로닉 플러스). 하지만 정확하게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제원표에서 발견할 수 있다. C 220 블루텍은 유로6 배출 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에 비해 Q50은 유로5에 그친다. 같은 엔진이지만 자료에 의하면 OM651 엔진 계열의 최종 진화 버전이 유로6 배출 가스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다. 즉 C 220 블루텍은 그 진화의 최종단계에 거의 도달한 제품이다. 물론 2008년에 선보인 OM651 엔진이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메르세데스가 차세대 엔진 유닛을 개발 중일 것이라는 추측도 하게 된다.

인피니티는 Q50 2.2d가 메르세데스 벤츠의 드라이브 트레인을 사용하지만 인피니티 브랜드의 스포티한 캐릭터에 걸맞게 세심하게 튜닝됐다고 발표했다. 실제로도 Q50 2.2d 쪽이 C 220보다 더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 변속하며 출력을 충분히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두 모델의 드라이브 트레인은 숙성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소음과 진동, 엔진의 응답성, 변속기의 변속패턴과 전달 효율 등 C 220 블루텍이 한 세대 이상 진화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을 준 것은 아니라는 추정이 강하게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C 220 블루텍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가 인피니티에게 엔진을 공급뿐 아니라, 유럽 전략 모델인 Q30을 ‘통째로’ 개발해주기로 합의한 전략적 엔지니어링 파트너 관계를 맺은 배경에 내 생각이 닿는다. 아직은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잠재적으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피니티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대단히 논리적이다. BMW가 토요타와 손잡고 차세대 모델과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고,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 안에서 시너지와 충분한 자금력을 향유한다. 메르세데스도 미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에 폭넓은 기술력을 보유한 르노닛산 그룹은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 인피니티의 인지도가 메르세데스보다 좁다는 점, Q50 2.2d와 C 220 블루텍의 성향이 약간 다르다는 점, 차세대 Q30 해치백이 A 클래스를 기반으로 하므로 제품 이미지에 메르세데스가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도 그 밖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인피니티가 유럽에서 성장하면 브랜드의 성격상 메르세데스 벤츠보다는 BMW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인피니티 브랜드를 유럽 시장에 최대한 신속하게 진출시키되, 닛산의 문제점이었던 과도한 개발 비용을 사전에 해결하고 싶은 카를로스 곤 회장(Mr. Cost Saver라 불린다)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등에 업고, 당분간 굴욕을 감수하고라도 1세대 유럽 전략형 모델을 시장에 안정시키겠다는 의미다. 메르세데스의 통제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을 것이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Q30을 놓고, 인피니티가 앞으로 나올 2세대 Q30은 자신들의 독자 기술을 100퍼센트 이용해 개발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파트너가 영원히 함께 갈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서로의 필요성이 당장 중요하기에 그들은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즉 완벽한 프레너미 구도인 것이다. 

글 :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