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

CAR&TECH 해피 투게더!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잘 팔아보겠다는 의지로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패션 브랜드나 뷰티 브랜드와 속속 손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는 과연 성공일까?

2014.08.07

캘빈 클라인, 스펜서 하트 등 세계 유수의 패션 하우스와 다양한 협업을 해온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4월 독일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와 손잡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칠 거라고 밝혔다. 벤츠와 휴고보스는 모두 독일 태생이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업복과 유니폼 등을 만드는 작은 의류 공장에서 출발한 휴고보스는 1960년대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을 접목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두 브랜드는 아직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베컴과 함께 특별한 이보크 모델을 선보였던 랜드로버는 지난 3월 영국 패션 브랜드 바버와 손잡고 올가을부터 새로운 의류 라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두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영국 태생이며 영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브랜드입니다. 랜드로버는 어떤 길이라도 달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바버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거뜬히 입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의 만남은 정말 완벽합니다.” 랜드로버의 글로벌 브랜드 디렉터 로빈 콜건의 말이다.

1892년 영국에서 탄생한 바버는 영국 황실이 주는 ‘로열 워런티(Royal Warrenty)’를 받은 브랜드로, 방수 기능이 뛰어난 왁스재킷이 유명하다.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 등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브랜드가 함께 준비하고 있는 ‘바버 포 랜드로버(Barbour for Land Rover)’ 컬렉션은 올가을 영국의 바버와 랜드로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라인을 출시하는 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결국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다. 지금도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에 손을 내밀고 있다. 다음은 최근에 선보인 자동차 회사와 패션뷰티 브랜드의 협업 결과다. 박수를 보낼 만큼 근사한 것도 있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들도 있다.

스마트에 날개를 달다니! 이렇게 잘 어울리는 날개가 또 있을까?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스마트가 날개 달린 포투를 선보였다. 뒷유리 양옆에 비죽 솟은 두 개의 날개였다. 그런데 저 날개 어디서 많이 본 날개라고? 맞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디다스 운동화에 달려 있던 그 날개다. 두 날개 모두 제레미 스콧이 디자인했다. 제레미 스콧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의 수석 디자이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바로 그가 스마트와 손잡고 날개 달린 포투를 디자인했다. ‘스마트 포제레미(Smart Forjeremy)’라는 이름의 이 특별한 모델은 보디를 흰색으로 칠하고 사이드미러 캡과 프런트 그릴을 은색 알루빔 페인트로 칠했다. 휠은 타이어와 대조되면서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들도록 흰색으로 칠했다. 실내도 흰색을 주로 사용했다. 시트와 도어 안쪽에 흰색 가죽을 두르고 다이아몬드 스티치를 넣었다. 사이드미러 앞쪽과 바닥 매트, 트렁크 아래엔 제레미 스콧의 이름을 새겼다. 스마트만큼 이런 날개가 잘 어울리는 차가 또 있을까?

‘은갈치 패션’은 한물간 패션 아닌가?

2013년 12월 12일,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길트닷컴(gilt.com)에 독특한 상품이 올라왔다. 온몸이 은빛으로 빛나는 2014년형 Q50이었다. 인피니티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차를 팔기로 결심한 걸까? 그렇지 않다. 그 차는 톰 브라운이 특별히 디자인한 Q50이다. 길트닷컴과 새로운 이벤트를 구상하던 인피니티가 톰 브라운에게 Q50의 디자인을 의뢰했고, 이에 톰 브라운이 온몸을 크롬으로 휘감은 Q50을 선보인 것이다. 톰 브라운은 복사뼈까지 올라오는 바지, 소매가 짧은 재킷,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스트라이프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Q50의 시트 한가운데 톰 브라운을 상징하는 삼색 스트라이프를 장식했다. 시트 등받이 위쪽과 센터콘솔엔 톰 브라운의 레이블을 붙였다. 또 트렁크 안에는 톰 브라운이 직접 디자인한 여행용 트렁크를 넣었다. 그런데 음삼색 스트라이프와 레이블을 빼고 톰 브라운이 디자인한 건 뭘까? 톰 브라운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조금 성의 없어 보인다.

베네피트 방문 판매원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요!

지난해 12월 시트로엥 영국법인이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와 손잡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DS3를 선보였다. DS3 D스포트(DSport)를 베이스로 한 이 모델의 이름은 ‘DS3 바이 베네피트(DS3 by Benefit)’. 베네피트의 시그너처 컬러인 핑크색으로 온몸을 칠하고 새하얀 휠 가운데에는 핑크색 바탕의 시트로엥 로고를 붙였다. 차의 양옆에는 샌프란시스코 풍경과 베네피트 로고를 새긴 커다란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실내도 온통 핑크색으로 휘감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뒷좌석 암레스트도 핑크색 일색이다. 그런데 이 차를 타고 다니면 베네피트 방문 판매원처럼 보이진 않을까?

지난 3월 시트로엥이 베네피트와 작업한 DS3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DS3 바이 베네피트가 떠올랐다. 설마 그 차를? 시트로엥도 그 차가 너무 과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스페셜 에디션은 디자인과 컬러를 많이 자제했다. 어두운 빨간색과 짙은 회색을 보디 컬러로 택했다. 어두운 빨간색은 베네피트의 빨간색 틴트에서, 짙은 회색은 아이라이너에서 가져온 컬러다. 빨간색 보디 모델은 빨간색 테두리를 감은 바닥 매트를, 짙은 회색 모델은 오렌지색 테두리를 감은 바닥 매트를 깔았다. 두 모델은 현재 영국에서 판매 중이다.

인테리어는 정말 최고급이네요. 그런데 겉과 속은?

프라다와 함께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였던 현대자동차는 에르메스와 손잡고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도 만들었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는 에쿠스 리무진을 바탕으로 한 모델로 실내를 에르메스가 디자인했다. 에르메스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가죽을 가공해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의 실내는 시트와 대시보드, 센터콘솔은 물론 도어 패널과 B필러 안쪽까지 가죽을 아낌없이 휘감았다. 여기에 쓰인 가죽은 모두 에르메스 공방에서 장인이 가공한 가죽으로 한 대에만 송아지 20마리의 가죽이 사용됐다. 뒷좌석 도어 안쪽은 한눈에도 비싸 보이는 악어가죽을 둘렀다. 스피커를 덮는 송아지 가죽은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구멍을 뚫었다. 이 최고급 에쿠스 리무진은 단 석 대만 생산됐는데 팔지는 않았다. 팔지도 않을 차를 왜 만들었냐고?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모던 프리미엄’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에르메스와 손잡고 이 차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석 대 중 한 대는 최근 문을 연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전시돼 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패브릭 시트는 처음입니다!

마세라티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손잡고 콰트로포르테 제냐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했다. 1910년 울 원단 생산 공장으로 시작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1960년대 고급 원단을 기반으로 남성 맞춤정장 시장에 진출해 고급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세라티는 제냐의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콰트로포르테에 담기를 원했다. 그리고 제냐는 마세라티가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콰트로포르테 제냐 리미티드 에디션은 제냐의 점잖으면서 우아한 디자인을 그대로 담고 있다. 마세라티는 이 특별한 모델을 딱 100대만 생산하기로 했다. 고급스럽게 꾸미기 위해 보디에 알루미늄 색소를 사용해 은은한 갈색이 감돌도록 했다. B필러에는 제냐의 레이블을 붙였다. 실내에 들어서면 제냐의 슈트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가죽 시트 가운데와 도어패널 안쪽, 지붕, 선바이저에 제냐의 옷감을 두르고, 센터콘솔에는 제냐의 레이블을 붙였다. 이 레이블에는 100대 중 몇 번째인지 알려주는 숫자도 있다. 마세라티는 아직 이 특별한 모델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참고로 국내에 판매되는 그냥 콰트로포르테의 값은 1억6810만원부터다.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MOTOR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