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텔에서 대중의 미술을 만나다

FASHION 럭셔리 호텔에서 대중의 미술을 만나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교류와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아시아 아트 넷에서 주최하는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의 8회 행사가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다.

2012.09.12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전시회를 보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호텔이라는 쾌적한 공간과 현재 미술 시장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 행사는 매년 가장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미술 전시이기도 하다. 올해로 벌써 8회를 맞이하여 이미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호텔 객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집 거실에 이 그림이 걸린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시뮬레이션 효과를 주며 미리 예측해볼 수 있도록 돕기도 하며, 호텔 객실의 프라이빗한 성향은 고객과 갤러리와의 친밀도를 높여 더욱 취향에 맞는 그림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장마철답게 주륵주륵 내리는 비를 뚫고 조선호텔에 도착하여 서둘러 프레스 명찰을 목에 건 후 전시가 열리는 7층으로 향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유럽에서는 작은 호텔이나 드라이브 인 모텔에서 아트 페어가 열리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베를린의 경우에는 아트 호텔의 유행이 번지기 시작하여 투숙과 동시에 전시를 감상하는 개념의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유행은 점차 우리나라에도 번지기 시작하여 현재 갤러리 호텔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미술은 더 이상 정장을 입은 채 갤러리를 찾아 점잖은 포즈로 관람하는 것만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의 미술시장은 이번 아트 페어를 통해 우수함을 어필할 수 있었으며 해외 컬렉터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또 전시를 보는 것 외에 미술 칼럼리스트 이규현의 <뉴욕의 현대미술> 강의와 사진 작가 김혁의 <와인의 일생>,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의 대표로 있는 윤철규의 <조선시대의 산수화 어떻게 보아야 하나> 등의 강의를 통해 폭넓은 주제에 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특별전 참여 작가들의 아트 토크가 진행되기도 했는데, 성영록과 조영남이 참여하여 VIP고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미 많은 컬렉터 층을 보유하고 있는 기성 작가들 외에도 아시아의 실력 있는 영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육성해온 AHAF YOUNG ARTISTS 그룹 전은 물론이고 실력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선보이기도 하며 새로운 컬렉터 층을 발굴하기도 한다. 화이트 큐브에서만 진행되던 전시를 보던 고객들도 호텔이라는 색다른 공간에 전시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미술에 관한 또 다른 식견을 마련할 수도 있으며 예술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비테이션 온리’의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관람객의 수가 많지 않아 호텔 객실 문을 오고 가며 서로 부딪히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쾌적한 환경이었으며, 8층 중간에 마련된 라운지에서 음료수와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규모의 전시를 관람하며 한번 쉬어갈 수 있는 휴식 시간을 주기도 했다.
사실 서울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서울에 위치한 호텔에서 숙박을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친근하지만, 가장 이색적일 수 있는 장소에서 마주한 다양한 그림들은 이 전시의 시간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었다. 내가 쓴 책의 일부를 소개하며 전시 소개를 마치고자 한다.

‘그림 속은 공간만이 존재할 뿐 시간이 멈춰버린 기이한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그림은 공간 따위의 제약은 잊은 채 밀도 높은 시간을 고스란히 응축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맛보게 하고, 그 안에서 미묘한 일체감과 이질감의 색다른 조화를 느끼는 것. 그림을 사랑하고 그림을 바라보는 심미안을 갖는다는 것은, 내게 시간과 공간을 더 자유롭게 넘나드는 힘을 갖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인 것처럼 여겨졌다.’ – 여자의 인생이 누려야 할 65가지-

CREDIT

EDITOR : 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