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D4 R 디자인 
볼보는 몇 해 전 야마하와 개발한 V8 엔진을 단종했다. 그리고 이번엔 직렬 5기통과 6기통 엔진 을 목록에서 지웠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스스로 의 힘으로 새로 개발한 4기통 엔진 라인업이다. 배 기량도 1969cc 한 가지다. 근래 보기 드문 과감한 판단이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으로 일컬어지 는 신형 4기통은 가솔린과 디젤이 실린더 블록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한다. 덕분에 스웨덴 공장의 한 개 라인에서 가솔린과 디젤이 동시에 생 산된다. 지금 볼보에겐 효율의 극대화보다 큰 숙제가 없다.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중 가솔린은 과급 방식에 따라 140~306마력을 낸다. 최상급 306마력 T6는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함께 쓴다. 디젤은 120~230마력의 출력을 보인다. 이 중 한국엔 245마력짜리 T5 가솔린 터보와 함께 트윈터보로 181마력을 내는 D4 엔진이 먼저 소개 됐다. 신형 D4 엔진을 올린 V60은 R 디자인 패키지까지 더했다. 알루미늄 사이드미러 덮개, 디퓨저, 듀얼머플러 등 온갖 스포티한 액세서리가 즐 비하다. 신발도 만만찮다. 18인치 휠에 235/40 사이즈의 스포츠 타이어를 끼웠다. 그에 걸맞게 R  디자인 스포츠 섀시까지 마련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과연 181마력짜리 디젤 엔진 차에 이만한 장비가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엔진은 깔끔하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이 적고 소음도 크지 않다. 4000rpm 무렵까지 회전이 부드럽고 힘도 꾸준하다. 아이신에서 공급받는 8단 자동기어와는 대체로 호흡이 맞지 만 저속에선 간헐적으로 울컥하고 움찔댄다.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두 개의 터빈을 가졌지만 스 로틀 반응은 재래식 트윈터보 못지않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힘차게 찌르면 살짝 뜸을 들이다가 힘이 폭발한다. 그러니 앞차를 추월하려면 미리 힘을 충분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요령이 필요하다.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만 간간이 억센 토크에 차의 진행 방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R 디자인 스포츠 섀시는 지금의 D4보다는 230마력 버전에 더 잘 어울리겠다. 18인치 휠·타이어에게 어퍼컷을 맞고 바닥이 파르르 떠는 걸 보면 그 이름처럼 섀시가 충분히 조여진 건 아닌 듯하다. 그래도 고속도로에선 안정감이 크다. 가벼워진 앞머리가 매끈하게 움직이는 데도 큰 도움 을 준다. 노면의 팬 곳을 피하고, 과속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충분히 죽이고 들어가면 덜컹대는 기색은 한결 줄어든다. 맞다. R 디자인 패키지의 V60 D4를 만족스럽게 타려면 약간의 요령이 있어야 한다. 다급하게 다루면 차가 허둥대고 운전자도 당황한다. 연비는 힘이 절절 끓는 차답지 않게 뛰어나다. 사흘 동안 기름 한 방울 더하지 않고 1000 킬로미터 가까이 달렸다. 계기반 디스플레이를 에코 모드로 바꾸고 꾸준히 구두쇠처럼 운전하면 작은 보상도 따른다. 에코 가이드 디스플레이의 게이지가 꼭대기까지 오르면 새하얀 ‘e’ 글자가 떠오르는데 그때의 성취감이 기대 이상이다.

V60 D4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부터 충돌 경고와 방지 장치, 액티브 하이빔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별의별 첨단 장비가 달려 있다. 덕분에 편리하긴 한데, 그 탓에 차 가격이 5510만원으로 만만찮다. 값비싼 운전보조 장치 몇 개와 R 디자인 패키지를 덜어내면 주행감각도 그렇고 가격도…. 아아, V60 왜건과 D4 파워트레인이 지닌 본연의 매력이 가격에 가려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글 : 김형준
 

볼보 S80 T5 프리미엄 
S80은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다시 말하면 볼보에서 가장 크고 비싼 세단이다. 그런데 4기통 엔진을 얹는다니, 그것도 6기통 엔진을 없애고 말이다.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볼보는 새로운 직렬 4기통 T5 엔진이 기존의 직렬 5기통 T4 엔진보다 최고출력은 32마력, 최대토크는 5.1kg·m로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신형 T5 엔진의 최고출력은 245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어떻게 이게 가능해졌냐고? 볼보 자동차 엔지니어 디렉터의 말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된다. “실린더로 공기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면 기통수와 상관없이 높은 출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볼보는 새로운 4기통 휘발유 엔진에서 실린더로 더 많이 공기가 유입되도록 해 출력과 토크를 높인 거다.

기통을 하나 없애고 얻는 이득은 있었다. 60킬로그램 남짓 엔진 무게가 줄어들면서 이산화탄 소 배출량은 최대 23퍼센트 줄고, 연비는 26퍼센트 높아졌다. 작지만 효율적인 엔진으로 거듭난 셈이다. 올 하반기에 출시될 또 하나의 4기통 휘발유 엔진은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동시에 달아 최고출력 306마력을 뽑아낸다. 이전의 6기통 휘발유 엔진이 뽑아내던 최고출력 304마력보다 2마력 높은 수치다. ‘겨우 2마력이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4기통 엔진에서 이건 발군의 실력이다.

시승차는 S80 T5 프리미엄이다. 묵직한 세단답게 달리기도 묵직하다. 신중하게 내달리는 느낌이다. 솔직히 날카로운 주행감각은 부족 하지만 S80으로 날카롭게 내달리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6기통과 5기통 엔진을 4기통 엔진으로 대체하겠다는 결정을 2008년에 내렸습니다. 그건 좀 이른 결정이었죠. 하 지만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V8이나 6기통을 고집하는 고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볼보 고객과 볼보가 처음인 사람들이 볼보를 사는 결정적인 이유는 파워트레인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BMW에 갑니다. 우리에게 오는 이유는 안전하면서 멋지게 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12월호에 실린 볼보자동차 부사장 렉스 커셈 마커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S80 T5 프리미엄은 렉스 커셈마커가 자랑하는 각종 안전장비를 그득하게 담았다. 앞 차와 충돌할 것 같으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는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탄 사람까지 감지하고, 사이드미러 아래에 달린 카메라는 사각지대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V60과 S60은 레이더로 감시하지만 S80은 아 직 카메라로 감시한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뒷시트 헤드레스트가 동시에 접혀 뒷유리 너머 상황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 어댑 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18인치 휠 그리고 탄탄한 가죽 시트도 챙겼다. S80 T5 프리미엄의 몸값은 5830만원이다. 이 정도 크기에 이만한 안전장비를 싣고 이만큼 실력을 발휘하는 차는 많지 않다. 물론 더 기대되 는 건 T6지만 T5도 준수하다

VOLVO S80 T5 PREMIUM 
기본 가격 58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245마력, 35.7kg·m 변속기 8단 자동 길이×너비×높이 4855×1875×1495mm 복합연비 12.0km/ℓ CO₂ 배출량 146g/km

 
VOLVO V60 D4 R DESIGN 
기본 가격 551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트윈터보, 181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길이×너비×높이 4635×1865×1480mm 복합연비 15.8km/ℓ CO₂ 배출량 123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