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꽃샘추위가 끝나고 밥상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은 대지 속에서 겨울을 보 낸 식물들이 뿜는 봄 내음이 생각날 때다. 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재료가 바로 더덕이다. 더덕 은 사삼(沙蔘)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 는 뿌리는 생김새뿐 아니라 몸에 좋은 성분(사포 닌)까지도 도라지나 인삼과 비슷하다. ‘오래 묵은 더덕은 산삼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더덕은 다년생 식물이다. 한국에서는 강원도 화양, 횡성, 철원 등지에서 많이 재배된다. 요즘 은 전라북도나 제주도에서도 더덕을 재배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독 횡성의 더덕구이가 유명한 것은 더덕이 자라기 좋은 자연환경 때문이다. 남쪽 지역은 겨울이 짧고 고도가 낮아 대기가 건조 하다. 그런 탓에 남쪽에서 자라는 더덕은 7개월 만 에 다 자라버린다. 빨리 자라는 만큼 쫀득하고 차 진 맛이 덜하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반면 강원 도 태산은 겨울이 길고 고도가 높아 더덕이 자라 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천혜의 환경을 가진 횡성에서는 한 번 씨를 뿌리면 7년이나 스스로 종 자를 남기며 자생한다. 봄이 시작되면 제철 음식 인 더덕을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주말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외국인까지 몰려들어. 어 찌나 사람이 많이 오는지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 쳐서 발길을 돌리는 일도 빈번해.” 횡성에서 18년 간 더덕 요리점을 운영한 용환수 사장의 말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더덕 요리의 간판은 구이다. 더덕구이는 더덕을 얇게 저며 고기 다지 듯 두들긴 뒤 양념장을 발라 석쇠에 구워 먹는 보 양식이다. 마치 부드러운 고기처럼 말랑말랑한 더 덕구이의 식감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횡성에서 더덕 요리를 먹을 때 구이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 는 것이 탕수육이다. 더덕 탕수육은 이 지역 식당 의 자랑거리다. 일반 탕수육의 맛을 떠올리면 실 수다. 느끼하거나 질기지 않고 담백해 술술 넘어 간다. 달콤한 소스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아이들 에게도 인기다. 요리점 입구에 달린 다량의 특허 권이 괜한 것이 아니다. 구이나 탕수육뿐만이 아 니다. 더덕을 24시간 고아서 뽑아낸 진액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든 다. 더덕 장아찌를 비롯해 더덕김치, 더덕뿌리 나물 등 그 수를 헤아리기 가 힘들 정도로 많은 반찬을 만들 수 있다. 더덕 진액에 감초와 한약재를 넣으 면 더덕즙이 되고 장시 간 복용하면 기관지 질 병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과연 더덕을 찾 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더덕의 봄 내음을 따라 횡성에 가는 길에 함 께했던 차는 아우디 TTS 컴피티션이었다. 도어 트림에 붙은 ‘1 OF 500’이라는 배지처럼 전 세계 500대 한정판이다. 기본형과 다르게 두 가지 특 별 외장 색상(이몰라 옐로, 님버스 그레이)을 선택 할 수 있고, 실내도 특별 가죽 패키지로 꾸며진다. 앞좌석 시트 양옆으로 야구 글러브 스티치 형상으 로 포인트를 준 것도 재치 있다. 수도권에서 횡성 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그저 부드럽기만 했 던 TTS가 굽이치는 국도로 들어서자 실력을 발휘 했다. 운전이 즐겁다. 265마력을 발휘하는 엔진 과 6단 변속기, 네바퀴굴림 콰트로의 성능을 쥐어 짰기 때문이 아니다. 좌우로 보이는 높은 산등성 이 사이로 요리조리 급하게 회전하는 길을 달리면 서도 마치 운전자에게 경치를 구경하라는 듯 여유 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