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어느 날 독일차를 운전할 일이 생겼다. 그날따라 업무 전화가 많았고, 보내야 하는 메시지 역시 상당히 많아 스마트폰 배터리양이 고작 27퍼센트 남았다. 센터페시아 아래엔 당연히 USB 단자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충전 케이블을 챙겨 탔는데 단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낭패였다. 연식이 조금 오래된 차라 단자가 없던 것이었다. 대신 시가잭 단자는 있었지만 시가잭에 꽂을 충전기를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충전할 수 없으니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실행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차에 들어간 내비게이션을 켰다. 하지만 국내 상황과 조금은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고속도로에서 엉뚱한 출구를 알려주는 바람에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비게이션 때문에 피로가 잔뜩 쌓였던 경험이었다. 만약 중요한 업무로 지방을 내려가고 있었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내비게이션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친구들의 차를 타면 버젓이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하나같이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실행한다. 그들의 생각도 비슷한 듯하다. 심지어 환갑이 넘은 우리 아버지도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한다. 요즘 출시하는 차에는 카카오 같은 빠르고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적용되는 추세다. 다양한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T맵을 선호한다. T맵이 알려주는 경로가 다른 앱보다 빠르고 수월해 더 신뢰하는 편이다.

나는 T맵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행하지 않는다. QM3에는 T맵이 기본으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T맵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활용도 100점이다. 차에 매립된 내비게이션이 제 기능을 톡톡히 해낸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 운전하는 수고스러움은 필요 없다. 수고스러움뿐인가? 스마트폰 거치대, 충전 케이블 등의 부속품들도 필요 없고, 거추장스러운 거치대를 앞 유리에 붙이지 않아도 된다. T맵 덕분에 운전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니 사고 위험은 적잖이 줄어들 것이다.

한번은 회사에서 내 QM3를 포함해 차 석 대가 출장길에 올랐다. QM3엔 T맵, 나머지 두 차는 다른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목적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기 다른 경로로 출발했다. 시내와 자동차전용도로가 골고루 섞인 2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결과는 T맵의 여유로운 승리였다. 운전했던 사람들은 일부러 쉬엄쉬엄 왔다고 태연한 척 웃으며 말했지만 옆에 탄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니 일부러 막히는 길만 찾아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T맵을 더욱 신뢰하게 됐고, 동료들은 스마트폰에 T맵 앱을 내려받는 계기가 되었다. 상부상조였다. 
정혜민(회사원)

RENAULT SAMSUNG QM3 LE 

가격 235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4기통 1.5ℓ DOHC 터보 디젤, 90마력, 22.4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무게 1300kg 휠베이스 2605mm 길이×너비×높이 4125×1780×1565mm 연비(복합) 17.3km/ℓ CO₂ 배출량 107g/km 구입 시기 2016년 6월 총 주행거리 3만2000km 평균연비 17.8km/ℓ 월 주행거리 19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2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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