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다 갈까?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장거리 운행에 대한 의구심이다. 전기차 대부분이 엔진으로 달리는 차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소가 주유소만큼 많지 않아 전기차는 그저 출퇴근과 장보기 등의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기차가 ‘동네 마실용’으로 돌아다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쉐보레 볼트 EV는 완속 충전으로 100퍼센트 충전하면 383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카마로 SS가 연료를 가득 머금고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보다 길다. 

볼트 EV의 총 주행거리가 700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3개월 동안 경기도 용인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을 오가는 출퇴근 이외에도 업무 때문에 부산, 강릉, 태안 등을 다녀왔다. 주위에서 충전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휴게소에서 화장실 다녀오고 ‘소떡소떡’ 하나 사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서 노트북 열고 밀린 일들 하다 보면 어느새 80퍼센트까지 충전이 돼 있어. 휴게소에 무료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카페에서 눈치 안 보고 일 보기 편해.” 실제로 얼마 전 부산으로 가던 중 중앙고속도로에 새로 생긴 청도 새마을 휴게소에서 네 시간 동안 머물며 급한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곳엔 노트북 전용 테이블이 있어서 전원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다. 한 시간 동안 급하게 전기를 들이켜 충전이 끝난 볼트 EV를 일반 주차장으로 빼놓기도 했다.

장거리 여정엔 고속도로 휴게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부산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이 그러했다. 대부분 7번 국도를 거치는 경로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큰 도시가 없어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불편할 만큼 없지는 않다. 이럴 경우엔 운전자가 출발하기 전에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하고 충전소 검색 앱으로 경유할 충전소를 봐두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울진연호공원 입구에 있는 충전소를 이용했다. 동해대로와 가깝고 공원이라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볼트 EV가 충전되는 동안 나도 공원에서 잠시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전기모터도 휴식이 필요하다. 공원엔 산책 나온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강릉엔 전기차 충전소가 넉넉하다. 강릉시청과 강릉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주문진, 정동진 해변 주차장 등에 마련돼 있고, 최근엔 대형마트에 여러 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집합형 충전소도 설치됐다.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영동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에도 휴게소마다 충전소가 있어 안심하고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볼트 EV는 주행가능거리가 50~60킬로미터 남았을 때 충전 경고 메시지를 계기반에 띄운다. 그때 앱을 켜고 주위의 충전소를 찾아봐도 늦지 않다.

아직 집에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귀찮은 이유도 있지만, 없어도 불편하지 않아서 내가 주로 찾는 충전소는 죽전휴게소(서울 방향)다. 용인에서 서울로 갈 때 충전하는데, 대부분 출근길이다. 약속이 있다면 충전 시간을 고려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서두른다. 요즘엔 충전하는 동안 차 안에 앉아 있다. 에어컨을 켜도 전체 전력의 약 3퍼센트만 소모해 부담이 거의 없다. 시트를 뒤로 최대한 밀고 넓게 앉아 노트북을 연다. 혹은 일찍 나오느라 못 먹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알람을 맞추고 부족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전기차를 운전하다 보면 나도 잠깐 쉬었다 가는 좋은 습관이 생긴다.
조두현(프리랜서)

CHEVROLET BOLT EV

가격 4779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영구자석 AC 모터, 204마력, 36.7kg·m 무게 1620kg 휠베이스 2600mm 길이×너비×높이 4165×1765×1610mm 연비(복합) 5.5km/kWh CO₂ 배출량 0g/km 구입 시기 2018년 5월 총 주행거리 7000km 평균연비 5.3km/kWh 월 주행거리 30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7만원(충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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