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물론 이 글이 나가기 전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도 없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일하라고 미국인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니 말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외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자동차 문제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미국이 자동차 관세 얘기만 꺼내도 우리는 걱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 해결 방안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다. 그게 더욱 고민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 생각은 확고하다. 7월 말 무역확장법을 적용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관세장벽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놔둘 것인가’에 여러 나라가 긴장한다. 장벽을 세우면 미국에 완성차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초토화된다. 규모에 따라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질 수 있고, 협력사를 포함하면 최고 30퍼센트의 국내 자동차산업 규모가 축소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사라졌는데 또다시 관세장벽이라 하니 대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이번 미국의 관세장벽은 자유무역협정과 다른 차원이다. FTA는 지난 3월 추가 협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동차 무역으로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느냐를 본다는 의미다. 미국의 무역확장법은 서로 거래하다 그것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무역장벽을 세울 수 있는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것은 FTA가 아니라 자동차 거래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다.   

대체 자동차가 안보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건 해석하기 나름이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해외 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군사용 자동차 개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면 위협이다. 반면 아니라고 하면 위협이 아니다.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러니 관련 국가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일부에선 대통령 재선을 노린 정치적 행보여서 위협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관세 행보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모을 수 있다면 그것이 동맹국이든 아니든 관계없다.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면, 관세장벽을 세우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GM의 메리 배라 회장은 관세가 발동하면 미국 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다고 항변했다. 미국 빅3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많이 가져오고 있으며, 미국에서 생산할 때 해외에서 부품도 많이 사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생각은 확고하다. 당장 개별 기업들은 피해와 이익이라는 산술 가치를 따지겠지만, 국가 시각으로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어서다. 국가 이익을 논하는 마당에 개별 기업들의 이익 여부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장벽을 세워 얻어갈 국가적 이익은 무엇일까. 지난 2016년 미국에서,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완성차는 모두 1217만대다. 이 가운데 265만대는 미국에 판매되지 않고 해외로 나갔다. 그런데 같은 기간 미국 내에 판매된 완성차는 모두 1786만대다. 계산해보면 미국에서 만들어 952만대를 팔았고, 265만대를 만들어 수출했으며, 834만대는 해외에서 만들어 미국에 들어왔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선 수입이 수출보다 600만대가량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미국이 수출하는 265만대 가운데 59만대는 캐나다로, 중국으로 24만대가 간다. 이외 멕시코(20만대), 독일(19만대), UAE(11만대), 사우디아라비아(8만대), 호주(4만대), 기타 여러 나라(62만대)로 미국차가 배에 실려 미국을 빠져나간다. 반면 수입되는 848만대도 수입국별로 분류하면 역시 캐나다(201만대)가 가장 많다. 그런데 2위부터는 바뀐다. 일본(171만대), 멕시코(137만대), 한국(100만대), 독일(55만대), 영국(19만대), 이탈리아(13만대), 스웨덴(4만대), 벨기에(3만대), 프랑스(1만대) 순이다.  

그래서 일괄적인 관세장벽을 세우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쉽게 보면 848만대의 미국 진출을 어렵게 만들면 미국의 수출 265만대를 포기해도 결과적으로 미국 내 생산이 1200만대에서 1800만대로 늘어나 지금보다 무려 600만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600만대는 한국의 연간 국내 완성차 생산 420만대, 일본의 연간 내수 판매 500만대보다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완성차업계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규모의 힘이다.

게다가 자동차 무역장벽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관심이지만 특히 수입과 수출 대수 차이가 많은 일본, 캐나다, 멕시코, 한국, EU 등에 직격탄이다. 이 가운데 EU는 그간 유럽에 도입되는 미국차에 부과한 관세율 10퍼센트를 없애는 쪽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또한 EU와의 관계를 고려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눈치다.
 

이 외 일본, 캐나다, 멕시코, 한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항의서한만 제출하고 있다. 여러 경로를 거쳐 관세 부과의 부당성을 호소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어떻게든 수입차 800만대를 미국 생산으로 돌리려는 의지가 강건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먼저 국내 생산을 유지하되 수출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일시적인 손해라면 감수하겠지만 수년간 예정된 손해를 입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래서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생산을 미국으로 넘기는 방안이다. 트럼프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 경우 기아차 광주 공장은 생산의 35퍼센트가 사라지고, 르노삼성은 60퍼센트, 한국지엠은 40퍼센트 정도가 없어진다. 그래서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어 미국이 관세장벽 부과를 철회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강행했을 때 국내 생산을 유지할 방법은 오로지 25퍼센트의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뿐이다. 협력사 비용이 추가로 절감되고, 완성차기업의 수출 이익도 감소하며, 근로자의 임금도 줄어야 한다. 어찌 보면 이익 감소가 아니라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하게 따라올 수밖에 없고, 이는 노조의 엄청난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노조가 반발해봐야 어느 누구도 해법이 없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연간 자동차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두 임금 보전에 투입하면 제품개발 비용이 줄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연구개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수익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그러나 연구개발 비용 자체가 수조원 규모여서 쉽지 않다. 외형상 자동차산업 유지 명분이더라도 국민 세금의 지원 대상은 개별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이 자동차회사 근로자 임금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방울을 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희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관세를 세워도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야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트럼프 아닌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돼도 자동차는 언제나 미국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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