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Style

  • 기사
  • 이미지

다시 한번

극장가에 불고 있는 ‘강제 개봉 신드롬’이 초여름 문턱에서 풋풋한 로맨스 한 편을 다시금 소환한다. <라이크 크레이지>, 하나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 재개봉은 아니다.

2018.06.12

어떤 영화는 시간의 풍화를 견디고 다시 찾아온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낡아지지 않는 감정을 다루었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영화를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그리고 여전히 영화 속에서 현재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영화는 오늘에 걸맞은 의미를 품는다. <라이크 크레이지>가 그런 영화다. 처음 세상에 공개되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2011년에는 국내 개봉을 하지 않았으니, 이번 개봉이 국내 관객과의 첫 만남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학에서 만난 제이콥(안톤 옐친 분)과 애나(펠리시티 존스 분)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그 누구보다 달콤한 1년을 보내지만, 영국 출신인 애나에게는 비자 문제가 걸려 있다. 제이콥을 두고 갈 수 없었던 애나가 비자 기한을 어기면서 미국 재입국이 불가능해지자,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가며 어떻게든 사랑의 끈을 이어가보려 애쓴다. 하지만 과연 애쓰는 것이 사랑일까? 일을 찾고, 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승진을 하고, 체온을 나누는 일상을 함께하지 못할 때 감정으로 존재하는 사랑은 언제까지 사랑일 수 있을까? <라이크 크레이지>는 수많은 연인이 떨어져 지내는 동안 수도 없이 떠올렸을 질문을 제기한다.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영상 속에서도,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짐을 고민하는 연인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는 건 배우들의 힘이다.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세밀하게 변해가는 감정만 있는 두 사람의 연애는 과장 없는 안톤 옐친과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로 현실성을 획득한다. 특히 순간적인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연애라는 관계에서 느끼는 수만 가지 감정을 표현해내는 안톤 옐친의 연기는 오래 기억될 가치가 있다. 지금만큼 세계적인 배우가 되기 전, 미래가 기대되는 신예였던  펠리시티 존스와 제니퍼 로렌스의 풋풋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엄밀히 말했을 때 <라이크 크레이지>는 재개봉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IPTV를 비롯해 합법적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가능한 시점에서 최초 개봉이기에 이 또한 재개봉 바람을 탄 개봉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특히 재개봉작이 많은 장르는 로맨스나 멜로, 정통 드라마이며 제목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명작이 많다. 이런 작품들은 마케팅이나 홍보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스크린 위에서 느끼고자 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다. 재개봉으로만 원래 개봉 성적을 능가한 32만 명 관객을 기록한 <이터널 선샤인>이나 약 14만 관객이 다시 만난 <500일의 썸머> 등이 재개봉 열풍을 주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선 재개봉작들만큼 알려지지 않은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는 익숙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니콜라스 홀트가 만나 화제가 된 SF 로맨스 <이퀄스>를 기억한다면, <라이크 크레이지> 또한 낯설지 않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나 CF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과 배우들의 즉흥 연기에 기댄 감정 중심의 로맨스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주특기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첫 공개 당시 전문 영화 촬영 카메라가 아닌 DSLR로만 촬영한 영화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7년 만에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도 개봉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마이 스페이스’라는 SNS가 각광받고 모든 사람이 폴더폰을 쓰던 시절의 이야기라 해도 이 영화가 전달하는 복잡하고도 알 수 없는 연애 감정은 바로 오늘의 것으로 존재한다. 무엇보다 2016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배우 안톤 옐친의 빛나는 순간을 스크린으로 만나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What do you think?
좋아요

TAGS 영화,라이크 크레이지,재개봉,안톤 옐친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주)팝엔터테인먼트 출처 THE NEIGHBOR

Film

film 더보기
SUBSCRIBE
  • 메인페이지
  • PlayBoy Korea
  • MOTOR TREND
  • neighbor
  • 東方流行 China

RSS KAYA SCHOOL OF MAGAZINE

Copyright Kayamedia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