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해피푸드 압구정 로데오에서 꽤나 유명했던 고깃집인 벽돌집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생긴 중국집이다. 향신료를 듬뿍 넣은 로컬식보다 한국적인 입맛에 맞춰 누구나 부담 없이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불타는 금요일, ‘불금’이라 친구들과 약속도 잡아놨건만 결국 야근이다. 까칠한 부장은 월요일까지 꼭 결재받아야 한다며 산더미 같은 서류를 놓고 갔다. 오늘 끝마치지 못하면 꿀 같은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사죄의 문자를 보내고, 웃으며 퇴근하는 동료들의 인사를 뒤로한 채 자리에 앉았다. 일을 시작하니 오늘 안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은 신나게 놀고 주말에 출근할걸.’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끝을 내고 가야만 한다. 다행히도(?) 자정이 되기 전에 일을 마쳤다. 스트레스는 오를 대로 올랐고 저녁 식사를 건너뛴 탓에 배 속에선 연신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배를 채울 만한 음식 어디 없을까? 스트레스도 뻥 뚫리게 좀 매콤했으면 좋겠는데.

모두 잠든 시간에 매콤한 음식을 먹으려면 도산대로에 있는 중국 음식점 ‘벽돌 해피푸드’로 가야 한다. 벽돌 해피푸드를 가기 위해 회사 주차장을 빠져나와 신사역에서 영동대교 남단까지 이어진 도산대로에 오르면 생각지도 못한 휘황찬란함에 혼을 쏙 빼앗길 수도 있다. 매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출퇴근길에는 보지 못했던 화려한 불빛이 건물 곳곳에 수놓아져 있다. 야근을 하는지 심야 시간 회사 건물 안은 여전히 환하다. 그들의 야근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강남의 밤거리가 완성된다.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컨버터블 위에서 맞이하면 좋겠지만 선루프와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충족된다. 매일 치열하게 사느라 누리지 못한 높은 빌딩 숲이 주는 여유를 마음껏 즐겨본다. 지금은 강남-신사 구간 지하철 공사 때문에 조금 복잡하지만 양재동에서 한남대교 남단까지 이어지는 강남대로도 도산대로 못지않은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는 건물에 빼곡히 달린 간판과 택시나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도산대로를 달려 압구정 로데오 골목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나 볼 법한 간판이 벽돌로 된 벽에 떡하니 걸려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1970~8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오는 촌스럽고 야릇한 붉은 조명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구석 테이블에서 적룡과 주윤발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반대쪽에서 장국영이 훔쳐보고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이런, 느와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이 집은 다진 돼지고기 비빔면, 돼지고기 튀김 등 대표 메뉴가 많지만 오늘같이 화가 많은 날엔 사천식 해물탕면만 한 게 없다.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맵다는 마라 소스에 각종 해물을 넣고 목이버섯과 파를 고명으로 얹은 얼큰한 탕면인데 제일 위엔 마라롱샤 가재 두 마리를 올렸다(마라롱샤는 역시 까먹는 맛). 해물탕면이지만 안에는 소고기도 들어가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매운맛의 강도를 조금 낮췄지만 그렇다고 맵지 않은 건 아니다. 향이 진하고 국물 맛이 깊고 매콤해 먹으면 먹을수록 입 안이 얼얼하다. 묘한 것이 한번 숟가락질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온몸에선 열이 올라 땀이 쏟아지는데 싫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 그릇 바닥이 보이니 쌓였던 야근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그나저나 아까 불 켜져 있던 건물 안 사람들은 퇴근했을까?    

벽돌 해피푸드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1길 36
문의 02-514-0200
영업시간 월~목요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금·토요일 정오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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