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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사고, 누구 책임입니까?

자동차보험과 같은 보상이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율주행차의 도로 운행은 위험하다. 시민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2018.05.18

 

SF 영화나 소설에서 자동차는 항상 특별한 존재로 묘사된다. 자동으로 운전자를 인식하고, 말로 목적지를 설정해 알아서 출발한다. 수없이 많은 차가 달리는 중에도 잘 짜인 퍼즐처럼 계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만든 이야기겠지만 결국 미래 자동차 환경의 핵심은 교통사고에서 벗어난 안전한 주행이다. 타고 있는 사람은 물론 주변의 보행자까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2020~2022년이 되면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전 세계 승용차 판매 중 1퍼센트만 자율주행차가 팔린다고 해도, 2017년 판매량 기준으로 70만 대가 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오게 된다.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1만3000대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들려온 자율주행차 사고 소식은 자율주행 시대가 반갑지만은 않다는 방증이다. 본인이 타고 있는 자동차 시스템의 결함으로 사망에 이른 테슬라와 달리, 3월에 있었던 우버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보행자가 당한 사고였다. 내가 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에게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만약 정부 정책대로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 국내 저속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 혹은 자전거 등과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0~5단계 구분 중 실제 자동차가 주도권을 갖는 건 3단계 이상이다. 0단계는 안전주행 시스템이 경고 정도를 보내주는 수준을 말한다. 1단계는 앞뒤 또는 좌우 조작 등 어느 하나만 기계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장애물을 감지해 차를 멈출 수는 있지만 방향 전환이 안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2단계는 이 두 가지 제어를 모두 하면서 운전자를 돕는다. 현대차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나 벤츠 S 클래스에 달린 액티브 디스트로닉 플러스,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여기에 해당한다. 3단계는 시내 주행 등 특정한 교통 상황에서 자동차가 모든 조작을 수행하고 돌발 상황이나 한계를 벗어날 때 미리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수준이다. 지난해 아우디가 신형 A8에 달아 공개한 인공지능 트래픽 잼 파일럿과 테슬라 모델 3, GM의 전기차 볼트가 이 등급으로 인정받아 시험 운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랩스가 토요타 프리우스에 달아 시험 중인 기술이 레벨 3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돌아다니고 있는, 국토부에서 도로주행 면허를 받은 자율주행 시험차는 20대가 넘는다. 자동차 제작사로는 현대자동차가 2016년 3월에 제네시스 G80로 받은 것이 최초이고 작년 10월에 쌍용차 티볼리 에어까지 현대와 기아, 쌍용 등을 합쳐 9대다. 여기에 만도와 현대모비스 등 부품사,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전자 기업은 물론 교통안전공단과 서울대, 한양대, 카이스트 등의 학교와 네이버까지 다양한 회사들의 자율주행차가 개발을 목적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불안감도 없지 않다. 물론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들은 확실한 통제 아래에 있는 실험 진행을 위한 차들이다. 하지만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제어가 넘어간 레벨 3 자율주행차가 판매를 시작한다면, 운행 중 사고에 대해서 법적 기준 혹은 사회적 합의는 명확하지 않다. 당장 위에 언급한 A8의 경우 올해 판매를 시작한다면 허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다. 


한편으로 정부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정밀 도로 지도 제작이나 정밀 GPS 원천기술 개발 등 실제 주행의 정확성을 높이는 지원책과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한 시험 도시(K-City) 구축 등의 인프라 개발이 포함된다. 또 2016년 11월부터 시험운행 제도를 바꿔 자율주행 시험운행 구간을 원칙적으로 전국 모든 도로를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물론이고, 통신기술을 연계한 도로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나 자율주행차 안전기술에 대해 현행 법규가 따라가지 못할 경우 특례 요건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해 좀 더 유연한 시험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무인 자율주행 셔틀 등 대중교통 수단에 이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판교의 제로시티나 대구의 규제 프리존 도로에 실제 운전자가 없는 저속 다인승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지원책이 너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핵심인 안전기술과 보험상품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데, 당장 실용화와 시험운행부터 하겠다는 건 무슨 자신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속 25킬로미터 미만의 낮은 속도와 짧은 거리라고 하더라도 한정된 공간이나 평가를 위해 사람이 항상 타고 있는 임시 운행차가 아니라면 사고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정해지지도 않았다. 운전자의 경력과 나이 등을 지정해 보험료를 산출하고 배상책임을 분명하게 정한 현재의 자동차보험과는 전혀 다른 영역임에도 이제야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다. 보험과 법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차를 도로에 풀어놓겠다는 건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에 경기도가 추진 중인 판교 제로시티의 자율주행 버스 시험운행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경찰청 요구로 자율주행 셔틀이 달릴 도로에 대한 안전시설 보강을 위해 과속카메라 등을 설치하겠다는 발표다. 이는 다른 교통수단의 주행을 제어해 자율주행 버스의 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뜻인데, 이건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자율주행은 필요한 미래 기술임은 분명하다. 세계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로의 안전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행정은 바라지 않는다. 4대강을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는 최소한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엄연한 교통수단이자 생명을 다루는 기계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조금 늦더라도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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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자율주행차,자동차 칼럼,모터트렌드 칼럼,이동희 칼럼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Heyhoney(일러스트레이션)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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