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는 폭스바겐 역사에서 가장 긴 세월 동안 사랑받은 모델이다. 물론 비틀이라는 역사적인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주력 모델이 아닌 폭스바겐의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지금 판매되는 비틀도 3세대밖에 되지 않았고 곧 단종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파사트는 현재 8세대까지 진화했다. 40여 년간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 시장을 이끌어왔고 한때는 기함의 역할도 책임졌다. 

파사트가 1973년부터 2200만대 이상 팔리면서 롱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단으로서의 가치와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때로는 혁신적인 기술과 진보를 거듭하면서도 편하고 안락한 세단의 가치는 전혀 흩트리지 않는 보수적인 차였다. 생각해보면 현재 폭스바겐에서 판매되는 모델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 들어온 8세대 모델도 이러한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직선을 쭉쭉 뽑아내면서 강건하고 다부진 디자인이다. 앞모습에선 최근 디자인 트렌드에 맞춰 그릴과 헤드램프를 이어 붙이면서 더 넓고 강해 보이는 인상이 됐다. 옆모습에선 이전 모델에 비해 지붕을 약간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세단 실루엣이다. 뒷모습에서도 트렁크 리드가 꽤 높아 보인다. 실내도 참신함보다는 익숙함이 먼저 다가온다. 뭔가 독특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나 구성을 찾을 수 없다. 굳이 찾으라면 대시보드를 길게 가로지르는 송풍구라고 할까. 시원한 통일감은 있지만 단조로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디지털 계기반이나 투명 패널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하여금 ‘이 차가 새 차이기는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 그렇다고 이 차가 지금 막 세상에 나온 따끈따끈한 모델이라는 말은 아니다. 파사트 GT도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년이 됐으니까. 

이전 세대 유럽형 파사트는 중형 세단치고는 꽤 단단한 서스펜션을 지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중형 패밀리세단이 부드러움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편하면서도 뚜렷한 핸들링 감각과 정확한 움직임을 내세웠다. 이런 성향은 부드럽게 출렁이는 미국형 파사트와 비교되면서 더 짙어졌다. 같은 이름의 두 차는 생산되는 곳도, 크기와 디자인, 성격과 성향도 매우 달랐다. 이번에 들어온 파사트 GT는 유럽형이다. 미국형 파사트와 구분하기 위해 국내에서 GT를 붙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파사트 GT가 출시됐으니 그 구분이 다소 모호해지기는 했다. 

폭스바겐의 앞바퀴굴림 모듈러 섀시 MQB 플랫폼을 단 8세대 파사트 GT는 이전 유럽형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같거나 달라졌다. 우선 승차감이 이전보다 약간 부드러워졌다. 같은 MQB 플랫폼을 사용하는 7세대 골프가 6세대보다 부드러워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앞바퀴가 노면을 밟는 느낌이 야들야들하게 전달되면서 기분 좋은 승차감을 만든다. 이 정도면 굳이 멀티링크 방식을 쓰지 않더라도 맥퍼슨 스트럿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비싼 멀티링크를 쓰면 좌우 움직임에서도 차체를 좀 더 잘 잡아줘 편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차값이 올라간다. 

승차감은 약간 부드러워졌지만 날렵한 움직임과 확실한 노면 정보 전달과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은 여전히 그대로다. 차체가 크지만 크지 않은 것처럼 뒤가 잘 따라오고, 고속 코너에서도 평행을 잘 유지하니 운전이 쉬울 뿐 아니라 재미도 있다. 파사트 GT의 최대 장점은 여기에 있다. 운전을 해보면 무게중심이 낮고 앞뒤 밸런스가 잘 잡힌 꽤 괜찮은 차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코너에서도 웬만해선 언더스티어가 일지 않을 정도로 앞바퀴 그립이 뛰어나고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좌우 움직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7세대 파사트는 즐겁게 탈 수 있는 차였지만 승차감이 단단했다. 반면 덩치 큰 미국형은 부드러운 승차감이지만 조종성에선 유럽형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8세대 파사트 GT는 두 차의 단점은 덜어내고 장점을 더욱 부각했다. 차체가 커졌고 승차감은 부드러워졌으며 핸들링을 비롯한 전반적인 차체 움직임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파사트 GT는 이번에 국내에 처음 출시했지만 세계 시장에 출시된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때문에 지금 가장 힙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파사트 40여 년의 역사로 보자면 지금 이 순간이 파사트에게 가장 위대한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그만큼 잘 만들고 정제됐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부드럽게 움직인다. 6단 DSG와 오랜 시간 짝을 맞춰 궁합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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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가격 52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664g 휠베이스 2784mm 길이×너비×높이 4765×1830×1460mm 연비(복합) 13.6km/ℓ CO2 배출량 12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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