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가 열릴까?
이제 평범한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기차 과도기에 접어든 것이다. 2022년에는 자율주행차가 이와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등장한 꽤 쓸 만한 전기차들이 보조금, 가격, 충전 인프라 등의 걸림돌에 부딪히고 있는 것처럼 2022년의 자율주행차도 신뢰성, 사회 인식, 법규 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레벨 4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주요 브랜드들이 2020년부터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로 위 자동차 대부분에 자율주행 기능이 없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또는 차선이탈 방지 등을 갖춘 레벨 1 수준이 가장 많을 것이고, 두 장치를 조합해 부분적인 자율주행을 제공하는 레벨 2가 그다음으로 많을 것이다. 즉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장착 차가 가장 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레벨 3는 약간 애매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스스로 잘 달리지만 그래도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레벨 3에 대해서는 브랜드마다 생각이 다르다. 아우디는 최근 시속 60킬로미터 이하에선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신형 A8(세계 최초의 레벨 3 자율주행차다)을 출시한 반면, 볼보는 운전자를 곤란한 상황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레벨 4로 직행할 것임을 선언했듯이 말이다. 이처럼 2022년에도 레벨 4 자율주행차는 흔치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환경이 자율주행차에게는 가장 가혹하다. 도로 위에 자동차(V2V) 또는 교통인프라(V2I)와 통신할 수 있는 레벨 4 자율주행차들만 있다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달릴 수 있겠지만 소통할 수 없는 자동차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이나 로봇이 사람과 지나치게 닮으면 오히려 어색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 특이점을 뜻한다. 레벨 4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이런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 주저하는 마음을 버리고 믿음을 가져야만 자율주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22년 자율주행차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항구와 화물터미널. 장거리를 주로 뛰는 트럭이나 컨테이너 트랙터와 같은 상업용 차들이 자율주행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힐 것이기 때문이다. 승용차에게 자율주행 시스템은 편의성 향상과 시간 절약, 콘텐츠 시장 확대 정도의 의미만을 갖는다.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주로 달리는 트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사업성 개선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안전사고 감소는 물론 도착 정확성 향상, 보조 운전자 감원 등은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으로 직결된다. 아울러 자율주행 대형 트럭들이 1~2미터 간격으로 군집 주행(Platoon Driving)을 하면 공기저항 감소로 연료비도 절감하고 미세먼지 문제도 대폭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득이다. 2022년 우리는 터미널을 드나드는 테슬라 트럭을 정말 볼 수 있을까?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수소연료전지차 운명은?
내연기관 엔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값이 낮아진 덕분에 전기차 공급과 판매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자동차업체의 움직임에 눈길을 끌 만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춤하던 FCEV(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체가 FCEV 개발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유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차에선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와 부피도 크고, 차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울수록 자동차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의 비중은 더 작아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배터리 생산과 공급 주도권이 배터리 업체에 있다. 자동차업체로서는 그런 구조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아직 자동차용 배터리 또는 배터리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단가나 공급에 변화가 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수급은 내연기관 연료 생산에 필요한 원유처럼 지정학이나 정치적 변수에 쉽게 좌우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의존도가 낮고 핵심 기술 및 부품 생산 관련 주도권을 쥘 수 있는 FCEV가 더 투자가치가 높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시장조사 업체와 단체들은 FCEV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HS는 2016년 보고서에서 FCEV 생산량이 2027년까지 7만 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4년까지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 사회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2020년까지 충전소를 160개 설치하고 4만 대의 FCEV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말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서 2020년까지 9000대 보급, 충전소 총 80개 설치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당장 FCEV가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급을 가로막는 두 가지 걸림돌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는 수소 공급 및 충전 인프라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차값이다. 이는 수소를 쓰는 FCEV의 근본적 한계이기도 하다. 수소 이외의 연료를 쓰거나 새로운 연료전지에 관한 기술은 꾸준히 개발 중이므로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FCEV의 한계는 더 뚜렷해진다. 전기모터 구동에 관련된 부분을 빼면 전기차의 구성 요소는 배터리, 배터리 컨트롤러, 충전 제어장치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FCEV는 전기차 구성 요소는 물론 수소 탱크와 연료전지 스택, 그와 관련한 제어장치가 더 필요하다. 물론 FCEV에 쓰이는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작긴 하다. 

FC 스택의 값이 비싸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 최초의 양산 FCEV로 알려진 현대 투싼 iX FCEV는 출시 당시 1억5000만원 정도였다(2015년 8500만원으로 낮췄다). 올해 판매를 시작한 넥쏘는 모델에 따라 6890만~7220만원(세제 혜택 후)이다. 보조금을 받아도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FCEV 개발과 상용화에 오랫동안 힘을 쏟은 토요타와 혼다도 형편은 비슷하다. 토요타 미라이는 일본에서 723만6000엔, 혼다 클래러티 퓨얼셀은 766만 엔에 팔린다. 모두 우리 돈으로 약 8000만원이다. 지금 여건에선 FCEV의 값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인포메이션 트렌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2018 수소연료전지차 글로벌 시장’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FCEV는 6475대에 불과하다. 그중 절반이 넘는 3382대가 2017년에 판매됐다. 지금처럼 매년 두 배씩 판매가 늘어난다면 2021년엔 연간 10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 2022년은 앞으로 4년. 아주 가까운 미래다. FCEV 생산과 보급 확대를 위해 업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사람들이 거리를 달리는 전기차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몇 년 전처럼 2022년의 FCEV도 비슷한 시선을 받고 있지 않을까?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어떤 방식으로 차를 타게 될까?
지난 2017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이용자는 480만 명이다. 국내에 선보인 지 약 7년 만에 국민 10명 중 1명가량이 서비스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다. 카셰어링 서비스의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은 경기침체와 대중교통 발달, 유지관리의 번거로움 등의 이유로 차를 소유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념조차 생소했던 카셰어링. 하지만 이젠 시간 단위로 끊어 차를 빌려 타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연히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다. 사람들이 차를 나눠 쓰면 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망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만, 원하는 만큼만 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참고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카셰어링 업체는 카2고(Car2Go)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소유다. BMW(드라이브나우), 아우디(아우디앳홈), 폭스바겐(모이아) 등은 물론 현대차도 ‘딜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구독 서비스는 월 또는 연 단위로 빌려 타는 일종의 렌트 서비스다. 차 구입과 처분, 유지관리 등의 번거로운 일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최신 차로 갈아탈 수 있다. 즉, 최신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얼리어댑터를 겨냥한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약정 할부로 구입한 후 계약 기간이 끝나면 기기를 변경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사실 구독은 자동차 회사에게 부담이 큰 서비스다. 대여 중인 차의 관리, 반납받은 차의 처분 등 까다로운 문제가 많아서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자동차 소유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2022년 우리의 자동차 이용 형태는 지금과 다른 모습일 것이다. 자율주행 택시나 셔틀은 아니더라도 자동차 공유의 개념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확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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