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드 뒷자리가 가장 불편한 줄 알았다. 하지만 1등은 콰트로포르테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릴 땐 몹시 출렁거린다. 통통 튈 뿐 아니라 좌우로도 흔들린다. 거짓말 조금 보태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등받이가 딱딱한데 각도도 조절할 수 없다. 엉덩이로는 바닥 요철이 그대로 느껴진다. 마흔이 넘은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일흔이 넘은 아버지는 당장 내리겠다고 호통치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 아, 운전대는 김선관 기자가 잡았다. ‘혹시 좀 전에 에스컬레이드 건으로 복수하려는 건 아니겠지?’ 뒷자리에선 오디오도 조작할 수 없다. 라디오를 켜거나 주파수를 바꾸려면 기사에게 말해야 하는데 시속 80킬로미터만 넘어도 차 안이 ‘웅웅’거리는 소리로 가득 차 기사와의 대화가 수월하지 않다. 본의 아니게 큰 소리로 얘기해야 한다. 기사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앞으로 쏠리는 것도 불만이다. 여전히 운전대는 김선관 기자가 잡고 있다. 이러다 멱살 잡지 싶다. 파나메라는 운전하는 재미라도 좋았는데 콰트로포르테는 운전하는 것도, 뒤에 타는 것도 몹시 피곤하다. 참, 후진하다 변속레버를 뽑을 뻔했다. ‘R’에 잘 안 들어간다. “김기사, 왜 빨리 후진하지 않냐?”고 욕먹기 십상이다. 서인수

 

●확실히 나아졌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한결 차분해졌다. 고속도로 크루징 상황에서 뒷좌석에 앉아보니 이 정도면 럭셔리 리무진의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들뜬 듯한 승차감은 찾아볼 수 없다. 뒷바퀴의 접지력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변경 전 콰트로포르테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드리프트를 했지만 이제 그런 증상이 없다.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5.3미터에 육박하는 세단이 게걸음을 칠 때 뒷자리에 타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하지만 뒷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배려의 전부다. 노멀 모드에서도 은근히 유입되는 배기음 때문에 대화도 힘들다. 운전자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데 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나이가 든 것 같다. 콰트로포르테는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이런 변화를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나윤석

 

●돈 많은 사장이 왜 이 차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 뚜렷한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편안함을 추구하자면 S 클래스를 타겠고 빨리 달리고자 한다면 파나메라를 타겠다. 브랜드 가치와 레이싱 혈통이 주는 자부심이 있다고 하지만 2억원을 선뜻 지출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콰트로포르테에는 다른 차엔 없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다. 이 차는 조용하지도, 편하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이상야릇한 즐거움을 준다. 앞바퀴가 노면을 밟는 느낌이 잘 전달되고 그에 따라 운전대를 조작하는 맛이 있다. 코너에서 뒷바퀴 그립이 약간 떨어지는 듯한 아찔함을 주지만 실제로는 진득하게 잘 붙어 있다. 운전자를 살살 간질이는 못된 성격이다. 이걸 잘 받아주면 아주 재미있는 차인데, 버티지 못하면 형편없는 차가 돼버린다. 가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타기엔 좋겠지만, 사장님들이 그런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진우

●아직도 생생하다. 뒷자리에 어떤 멋진 중년이 탄 콰트로포르테가 인천공항 톨게이트를 쏜살같이 빠져나가던 장면이. 페라리 엔진의 고음과 변속할 때마다 쏟아지던 폭발음(듀오셀렉트 변속기를 단 5세대 초기형이었다)이 그렇게 멋질 수 없었다. 저런 차 뒷자리에 타는 사람은 아주 에너지가 넘칠 거 같았다. 때는 약 15년 전. 그런 차가 별로 없던 시절이긴 하다. S 클래스의 AMG 버전마저 아주 온순했으니까.
그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제 대형 세단도 다재다능해야 한다. 콰트로포르테는 그간 6세대로 거듭난 후 부분변경까지 거쳤다. 과연 변화무쌍한 독일 대형 세단들을 밀어낼 수 있을까? 일단 외모는 합격이다. 오늘 여기 모인 차들 중 가장 섹시하게 생겼다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운전감각 역시 마찬가지. 이 악물고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장님이 아니라면 불만을 느낄 요소가 별로 없어 보인다. 과거의 그 화끈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새벽 골프’에 가며 신나게 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뒷좌석이다. 이탈리아 출신답게 고급 가죽과 패브릭(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원단이다)으로 마감했지만 비좁은 공간과 바짝 선 고정식 시트, 부족한 편의장비 등 당최 사장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사장을 꿈꾸는 젊은 임원에겐 어떨까 싶다가도 그러기엔 또 비싼 값이 발목을 잡는다. 차라리 예전처럼 과격하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콰트로포르테는 자신의 성향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류민

 

●마세라티 타는 사장님은 ‘바지 사장’이다. 뒷자리에 앉아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멀티미디어 조작은커녕 조수석 시트도 움직일 수 없다. 심지어 뒷좌석은 고정식이다. 어떤 사장님이 이런 차를 살까 궁금하다. 마세라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배기음은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뒷좌석에서 듣는 배기음은 이상하게 거슬린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구성도 독일차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디테일은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다. 그나마 값어치를 느낄 수 있는 건 시트를 감싼 이탈리아 가죽이다. 운전대는 온순한 서인수 기자가 잡았다. 하지만 뒷좌석에 전달되는 움직임이 너무 많다. 밑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이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시트 쿠션은 조금 딱딱하며 무릎 공간도 좁다. 무릎이 약간 들려 엉덩이에 무게가 쏠린다. 여러모로 뒷자리에 앉은 ‘바지 사장’이 화를 낼 것 같다.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도어가 무겁고 열리는 각도도 크지 않다. 도어가 무거워 그럴까. 소프트 클로징 시스템은 갖췄다. 그것 참 천만다행이다. 김선관

 

 

GOOD
이전보다 좋아진 주행성. 나윤석
미끈하고 멋스러운 디자인. 이진우
기사가 은근슬쩍 과속하는 걸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서인수
멋진 얼굴. 사장님 차라면 생긴 것도 폼 나야지. 류민
이탈리아 가죽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 김선관

BAD
뒷자리에서 할 게 없다. 나윤석
뒷자리가 움직이지 않음. 컵홀더는 아반떼만 못하고 내비게이션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음. 이진우
내가 은근슬쩍 과속하는 걸 아내나 남편에게 단박에 들킬 수 있다. 서인수
등받이 각도. 조금만 누워 있어도 탈 만할 텐데. 류민
여름에 사장님은 덥겠다. 통풍 시트가 없다니. 김선관

 

 

SPECS 
MASERATI QUATTROPORTE S Q4
기본 가격 1억86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430마력, 59.1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090kg 휠베이스 3171mm 길이×너비×높이 5262×1948×1481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6.3, 9.4, 7.4km/ℓ CO₂ 배출량 228g/km

 

 

 

모터트렌드, 자동차, 마세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