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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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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맛

캠리의 JBL은 차원이 달랐다. 역시 재료보단 요리사가 중요하다

2018.04.12

 

토요타는 짠돌이다. 조직 운영과 제조 과정에서 돈이 새는 꼴을 못 본다. 토요타 차의 옆 유리를 유심히 살펴본 적 있나? 좌우 유리를 공유하는 까닭에 한쪽은 표기가 뒤집혀 있다. 제작, 인쇄, 재고 관리 등의 간소화.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다. 물론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포드가 20세기 제조업을 일으켰다면 토요타는 21세기 제조업의 개혁을 이끌었다. 직원 개개인의 볼펜 사용량까지 확인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뭐 더 할 말이 있을까. 


토요타는 코끼리다. 판매량 세계 최상위권의 거대 기업이다. 단일 브랜드로는 압도적인 1위다. 르노 그룹이 기업 인수합병으로 숫자 놀음 중이며 폭스바겐 그룹이 몸집 부풀리기로 치고 올라왔다는 걸 감안하면 토요타의 업적이 더 위대해 보일 것이다. 제품으로만 승부해왔다는 이야기니까. 정상 궤도에 안착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원가절감 또는 판매 증대다. 토요타는 둘 모두를 거짓말처럼 잘한다.


돈 아끼고 만든 차는 티가 난다. 토요타의 차도 그렇다. 여기저기 비용을 줄인 흔적이 역력하다. 게다가 싸지도 않다. 그런데 왜 잘 팔릴까? 그건 바로 정교한 세팅과 뛰어난 완성도 덕분이다. 토요타는 훌륭한 요리사다. 같은 재료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낸다. 타보면 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좋다고 말한다. 토요타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신형 캠리의 오디오 시스템은 JBL이다. JBL은 하만카돈 그룹에 속해 있는 대중 브랜드다. 합리적인 가격과 정직한 소리로 유명하다. 캠리 시스템은 단출하다. 10인치 서브우퍼를 포함한 9개의 스피커와 800와트 앰프가 전부다. 디자인은 얌전하다 못해 초라하다. JBL 로고를 성의 없이 새긴 트위터 커버(그마저도 A필러 내장재와 일체형이다)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 무슨 음악을 들어볼까. 일단 전원부터 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정신없이 쿵쿵댄다. 설정 메뉴를 보니 저음이 최대치로 올라가 있다. 앞서 탄 사람이 미군 취향이었나 보다. 음색을 전부 평균치로 맞췄다. 생각보다 차분하다. 좋게 말하면 고급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다. 확실한 건 과장된 소리가 아니라는 거다. 


난 래리 칼튼과 리 릿나워가 함께 만든 <Larry & Lee> 앨범을 꺼냈다. 단순한 편곡과 깨끗하되 힘찬 사운드가 왠지 잘 어울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봄처럼 경쾌한 곡이 듣고 싶기도 했고.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JBL 시스템은 첫 곡 ‘Crosstown Kids’부터 뛰어난 균형 감각을 뽐냈다. 음색도 굳이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한 대역도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물론 요새 취향의 대중 사운드 시스템(낮은 해상도를 과도한 저음으로 숨기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금 가볍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으로는 이 곡에 녹아 있는 섬세한 베이스 초핑(현을 때리고 뜯는 연주법)과 같은 사운드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그런데 난 이런 균형감보다 음질 세팅에 담긴 철학이 더 마음에 들었다. 캠리의 JBL은 어떤 곡을 틀어도 각 악기의 개성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소위 오디오 마니아들이 말하는 ‘원음(원래 소리)’에 가까운 세팅이다. 이런 특성은 두 번째 곡 ‘Low Stepping’에서 두드러졌다. 연주자의 손끝과 기타 현이 쓸릴 때의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래리 칼튼과 리 릿나워가 각각 어떤 형태의 픽업(기타에서 소리를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을 쓰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했다. 


사실 난 캠리의 JBL 시스템을 경험한 후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이게 과연 JBL의 실력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동안 들은 다른 JBL은 이것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졌다. 서론에서 토요타에 대한 이야기를 주르륵 늘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어쩌면 이 시스템 역시 ‘최대 효과’에 대한 토요타의 집념이 만든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는지, JBL을 협박하며 쥐어짰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간만에 만난 정직한 시스템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난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의 OST를 꺼내 ‘Arrivals N2’를 틀었다. 애정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중고음이 복잡한 편곡인 데다 녹음 상태마저 별로라(무명시절의 더스틴 오핼러런이 음악감독을 맡은 저예산 독립영화다) 얼마나 괜찮은 소리를 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땠냐고? 덕분에 행복했다. 드라마틱한 코드 전개와 선형적인 멜로디 라인, 울림이 큰 악기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꿨다.   

 

캠리의 JBL 시스템은 무손실 압축음원을 재생한다. 하지만 음장 증폭과 같은 잔기술은 부리지 않는다. 그저 음색 조절 기능이 전부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캠리 J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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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JBL,캠리,캠리 JBL,카오디오,토요타,캠리 오디오

CREDIT Editor 류민 Photo 김성준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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