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우 작가는 중앙대학교, 독일 부퍼탈 대학에서 사진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현재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통·관계·시간 등을 개념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사진 작업을 통해 파인 아트 포토그래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장시간 노출로 담아낸 ‘VERSUS’, ‘1Hour Portrait’, ‘Being a Queen’, ‘brea things’ 등이 그의 대표 작품으로 특히, 2011년 뉴욕 맨하튼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퍼포먼스 ‘Versus’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천경우 작가의 작업 모티브인 ‘상호간의 교감’과 다른 군더더기 없이 옷의 본질을 올곧게 지켜온 구호(KUHO)의 철학은 ‘독일 실용주의 미학’의 연장선이라는 연결 고리로, 의상과 사람 사이의 상호 관계와 찍히는 사람과 그를 찍는 사람 사이의 교감에 주목하여 선험적인 감각(sense), 직감(直感)의 의미와 '실재로 있음(presence)' 을 조합한 ‘Pre-sense’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창출 하였다.

사람과 특별한 옷, 그리고 사람과 오브제의 일시적 관계 맺음에서 출발하는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단순히 촬영하는 순간이 아닌, 구호 의상을 처음 받아 들이고 이해하는 모델 개인의 감성과 환경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모델의 눈빛과 나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맨 얼굴을 주력해 살피고, 보디 라인이 표현하는 실루엣, 그리고 손가락의 제스처 등을 세심하게 체크하여 도화지 같은 이미지의 라이징 모델 ‘씨씨 시앙’ (Cici Xiang Yejing) 을 캐스팅하였다. 모델은 조형적 실루엣이 돋보이는 구호 의상과 첫 대면하는 테스트 촬영을 시작으로, 천천히 구호와 작가의 카메라에 교감할 수 있도록 3일에 걸친 촬영을 진행하였다.

이번 작업은 사람이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옷, 장신구들과의 관계와 그것들을 몸에 지녔던 총체적 감각의 환기(喚起)를 바탕으로한 퍼포먼스적 과정을 가지고 있다. 작업의 중심은 최대한으로 단순화된 공간에서 모델은 카메라 앞에서 얼굴과 몸을 빌어 옷을 드러내는 일방적인 촬영의 대상이 아닌 '실재 그 자리에 있음(presence)'을 의식하며 자기 주도적 행위의 주체로 하나의 자화상을 만들어 가는 데에 있다. 자신의 관심과 이해를 전제로 작업에 참여한 모델에게 개인적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게 한 ‘19’(모델의 나이기도한) 라는 숫자는 촬영시간을 주도적으로 채워가고 인내심을 가진 능동적인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며, 하나의 사진이 만들어지는 ‘19분’이라는 시간 동안 모델의 몸에 걸친 옷이나 손에 지닌 물건들은 자신의 몸과 일체 되어 시간과 호흡으로 연결된 일시적인 조각과도 같은 형태를 갖게 된다.

두 개의 이미지가 마주하며 대화하듯 구성된 이 작업은 모델이 작가가 선택한 옷을 입은 채 가방, 신발, 장신구 등 오브제를 손에 들고 있던 감각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제일 먼저 모델에게 하나의 오브제를 잠시 들고 그 느낌과 몸의 형태를 기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물건 없이 전에 지녔던 감각의 기억, 몸의 형태 만으로 ‘19분’의 시간을 채워가도록 하였다. 또 그 물건은 다음 기회에 다시 등장하여 호흡의 미세한 리듬과 시간으로 서서히 그려지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모델과 함께 교감한 구호(KUHO)의 이번 S/S 컬렉션은 중세 독일 서사시에 등장하는 남장 성녀인 ‘힐데군트’에서 모티브를 얻고, 중세 시대의 남성과 여성을 조합하는 데서 나오는 이중적 뉘앙스를 재구성한 컬렉션으로, 새로운 미래적 여성성을 나타낸다.

완성된 이미지 속 구호(KUHO)는 한 페이지에 일부 제품의 클로즈업을 배치해 옷의 본질에 집중한 구호 만의 철학을 나타내고, 또 다른 페이지에는 이 일부분을 확대한 구호 의상과 작가, 모델 간의 상호교감이 클라이맥스를 이룬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이미지로 보는 내내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패션과 아트가 함께 교감하며 단순한 광고 이미지 이상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선보이는 구호의 새로운 2014SS 광고 캠페인은 공식 홈페이지(www.kuho.co.kr)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천경우 작가는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과 인도, 미국 등 전세계에 걸쳐 필름 작업을 고수하는 새로운 작업을 기획 중에 있으며 최근 서울 플라토 갤러리에서 'Three Hands (세개의 손)’ 작품전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