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누가 운전 좀 해줘
한때 자동차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의 혁명 속에서 인간들은 누구나 운전하길 원했고 그 운전 자체가 자유로의 항해와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요즘도 자동차가 자유의 상징인가? 주차하기 위해 수십 분씩 같은 길을 돌기도 하고, 불법주차 단속반이 뜨진 않을까 조바심을 낸다. 차는 어찌나 많은지 달리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많은 날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난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운전은 자유가 아닌 속박 아닐까? 어쩌면 난 자동차에 구속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을 생각해보자. 아침 출근길에 내 차에서 잠을 자고 직장 앞에 내리면 차가 알아서 집으로 가거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술을 많이 마셔도 대리기사 없이 집에 갈 수 있다. 휴가철이나 명절에 길이 막혀도 부담이 적다. 어차피 난 운전을 하지 않으니까. 이 외에도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은 인간에게 시간적 여유로움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으로 많은 이로움을 줄 것이다. 
물론 “자율주행이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아갈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대를 마뜩지 않아하는 이들도 있다. 맞다. 나도 좋은 차와 미끈한 도로를 만나면 운전을 즐긴다. 하지만 운전대로부터의 해방을 맛보게 된 후에도 계속 운전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동 중인 자동차 안에서 레이싱게임을 즐기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우린 지금 완전 자율주행 서막의 시대에 살고 있다. 130년의 자동차 역사 이래 가장 충격적이면서 혁명적인 시대다. 이로 인해 인간의 생활환경과 패턴은 급속도로 바뀔 것이고, 자동차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자유의 상징이 될 것이다. 바로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운전을 하지 않게 된 인간은 운전 외의 또 다른 유희를 찾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는 아주 빠른 시간에 새로운 유희의 도구에 빠져들 것이다. 이런 시대에도 운전을 못 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과거 속에서 허우적댈 것인가? 
난 어서 빨리 운전대 없는 차를 타고 싶어 신열이 날 지경이다. 이진우 

 

 

라디에이터 그릴 이런 백해무익한 물건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 중 하나다. 차 앞쪽 한가운데 자리한 데다 크기와 모양, 안쪽 패턴으로 차의 성격까지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릴을 커다랗게 키우고 격자무늬 망을 씌우면 고성능 차의 느낌을 강하게 풍길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에겐 라디에이터 그릴이 무의미하다.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에서 열이 발생하지만 큰 라디에이터와 식혀줄 구멍이 필요하진 않다. 차체 아래로 들어오는 바람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그릴의 형태만 남았을 뿐 구멍은 막혀 있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전기차의 느낌도 강조한다.
실제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는 것만으로도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적잖이 개선할 수 있다. BMW, 현대, 닛산, 포드 등 많은 브랜드에서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그릴을 열고 막는 셔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 막아야 할 그릴을 아예 없앤다면? 대답은 뻔하다. 공기저항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전기차 대중화는 세계 많은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사안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한 자동차의 앞모습을 만날 수 있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나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지프의 세븐 슬롯 그릴,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 정도가 형태로만 유지될지 모른다. 아무튼 상상의 나래는 보다 활짝 펼쳐질 수 있다. 필수 요소가 선택 사항으로 바뀐다는 건 도화지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는 의미니까. 10년 후 우린 과연 어떤 자동차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까? 고정식(객원 에디터)

 

 

와이퍼 귀찮게 좀 굴지 마 
오토와이퍼는 비나 눈이 올 때 이를 감지해 저절로 작동하는 기특한 장비다. 베르나에서 SM5로 바꿔 탔을 때 오토와이퍼가 움직이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다. 그런데 이 오토와이퍼에 조금씩 불만이 쌓였다. 어떻게 조정해도 내가 원하는 속도로 딱딱 움직이지 않아서다. 폭우가 쏟아질 땐 더 빨리, 더 깨끗하게 빗물을 닦아주면 좋겠는데 그러질 못한다. 앞 유리에 빗물이 어른거려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가장 빠른 속도로 바꾸면 갑자기 비가 그치거나 빗방울이 잦아들어 와이퍼 속도를 또 조정해야 한다. 이래저래 귀찮다. 어떨 땐 앞 유리 너머에서 좌우로 계속 움직이는 것도 거슬린다. 자동 세차장에서 마지막에 물기를 싹 없애주는 초강력 바람 같은 게 앞 유리 아래나 사방에서 나오도록 해주면 안 되나?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는 2008년 와이퍼 없는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히드라라는 이름의 이 차에는 와이퍼 대신 물기를 없애는 나노 기술이 적용됐다. 유리가 모두 네 개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첫 번째 층은 자외선을 차단하고 물기를 튕겨내는 기능을 한다. 그 안쪽 두 번째 층은 물기나 눈, 먼지를 유리창 구석으로 밀어낸다. 그 아래에는 전기가 흘러 눈이나 성에를 녹여준다. 그는 5년 안에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2017년인데 아직 소식이 없다. 참, 2013년 맥라렌은 초음파를 유리창 표면에 흐르게 해 빗물과 눈, 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기에서 착안한 이 기술에 ‘울트라 소닉 윈드실드 클리너’라는 근사한 이름도 붙였다. 그런데 이 역시 아직 양산차에 적용했다는 소식이 없다. 음, 비싸서 그런가? 비도 오지 않는데 갑자기 움직이는 오토와이퍼를 앞으로도 쭉 봐줘야 되는 건가? 서인수

 

 

사이드미러 손해 볼 게 없다, 당장 뜯어내
사이드미러는 차선을 바꿀 때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스티어링휠을 꺾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사이드미러는 오랜 시간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최근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이드미러 대신 소형 카메라를 탑재한 미러리스 자동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볼보, 혼다, 현대·기아 등이 미러리스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들이 미러리스 차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연비 절감이다. 양쪽에 툭 튀어나온 사이드미러는 무겁고 크기도 상당하다. 아무리 작고 뾰족하게 만든다고 해도 공기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사용하면 무게와 공기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각지대도 없앨 수 있다. 사이드미러는 시야각이 좁다. 운전자가 보지 못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 물론 카메라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하지만 시야각이 30도에서 80도에 이르기 때문에 사이드미러보다는 시야가 훨씬 넓다. 
사이드미러가 사라지면 아마 자동차 디자인도 꽤 큰 폭으로 달라질 거다. 특히 옆모습이 지금보다 한층 더 날렵해질 가능성이 크다. 시야를 가렸던 사이드미러가 사라지면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도 훨씬 또렷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껏 모터쇼에서나 봤던 콘셉트 카들을 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선관

 

 

유리창 실시간 중계가 더 익숙한 세상
유리창의 기본 역할은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안전을 책임져야 할 때 존재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와 제도가 정비되고 아예 사람이 몰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차가 나온다면 굳이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다. 즉, 유리창이 계륵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유리창이 없으면 차는 더 튼튼하고 안전해진다.  충격이나 힘에 더 잘 버티는 소재나 구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는 햇빛을 통과시켜 실내를 뜨겁게 만들고, 열을 가둬놓지 못해 실내를 차갑게 만든다. 방음 효과도 떨어져서 오디오 세팅도 까다롭다. 유리창만 없어져도 거주성과 관련한 여러 기능은 훨씬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에서 유리창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재규어 랜드로버가 2014년에 발표한 기술 개념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재규어가 발표한 360도 버추얼 어번 윈드스크린은 유리창 사이의 필러 부분에 스크린을 내장하고, 카메라를 이용해 필러에 가려진 차 외부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표시한다. 운전자에게 가상의 360도 시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랜드로버는 비슷한 개념인 투명 보닛을 선보였다. 보닛에 가려 보이지 않는 차 아래쪽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앞 유리에 실시간으로 표시함으로써 보닛이 투명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부품업체 컨티넨탈의 AR-HUD처럼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기능과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기술도 나오고 있다. 앞 유리 전체를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해 주요 정보를 가상 이미지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 실내 전체를 덮는 360도 디스플레이로 유리창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면이 곡면인 커브드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접을 수 있는 모바일 기기 등을 보면 형태가 자유로운 초대형 디스플레이도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이런 디스플레이를 쓰면 투명한 유리 위에 정보를 입히는 것보다 구현하기도 쉽고 싸다.  유리창 없는 자동차에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겉모습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차와 크게 달라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쓰임새부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를, 자동차가 더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다른 존재가 되는 시대에 다른 모습의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헤드램프 이젠 눈 축소술이 대세
엔진, 드라이브 샤프트(벨트), 휠, 브레이크, 뼈대, 운전대, 페달(레버), 의자. 자동차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이 정도만 있어도 사람이 타고 달릴 수 있다. 그 외에는 모두 편의·안전 장비다. 시간이 흐르며 필수 장비처럼 자리 잡은 것이 많아졌을 뿐이다. 앞유리와 지붕? 편의 장비였다. 비바람은 그냥 맞으면서 달리면 된다. 초기 자동차의 형태가 이러했다. 나무 바퀴에 의자를 얹은 그 마차 모양의 자동차 말이다. 
헤드램프는 편의·안전 장비 중에서 가장 먼저 필수 장비가 됐다. 아무리 1880년대라고 해도 밤에 차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내연기관차인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1886년)은 헤드램프가 없었지만 그의 후속 모델이자 최초의 네 바퀴 차인 빅토리아(1892년)는 두 개의 헤드램프를 갖췄었다.  
최초의 헤드램프는 아세틸렌 또는 기름에 불을 붙여 빛을 밝혔다(호롱이나 등잔과 같은 개념이다). 때문에 반사경이 컸고 연료통도 있었다. 전기로 빛을 내기 시작한 건(필라멘트 전구 타입) 1898년부터였다. 하지만 반사경은 여전히 거대했다. 이런 헤드램프의 형태는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대신 크기는 광원이 할로겐(1960년대)으로 바뀌면서 한 차례, 프로젝션 렌즈(1990년대)가 도입되면서 또 한 차례 작아졌다. 
헤드램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작고 밝은 LED(또는 레이저 다이오드)와 이를 움직이는 제어장치를 쓰면서 빛을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양만큼 나눠 쓸 수 있게 됐고 헤드램프의 크기 역시 확연하게 작아졌다. 이제는 보닛 일부분을 빛을 투과할 수 있게 만들어 그 안에 램프를 집어넣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물론 헤드램프를 숨기고자 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1935년 코드의 810이라는 차는 램프를 쓰지 않을 때 표면을 가릴 수 있는 수동식 덮개를 최초로 도입했고, 이는 1960~70년대 생산된 미국차에 유행처럼 쓰였다(컨실드 라이트). 비슷한 시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의 스포츠카는 램프를 뒤집어 올리는 리트랙터블 헤드라이트를 즐겨 썼다. 참고로 필요할 때만 헤드램프를 드러내는 방식은 BMW 지나 비저너리 라이트 콘셉트카가 사용하기도 했다. 
보닛이나 범퍼에 녹여내든, 필요할 때만 꺼내 쓰든 헤드램프는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조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헤드램프가 없으면 디자인 자유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음, 생각해보니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램프가 사라지고 정보수집용 적외선 카메라만 쓰일 수도 있겠다.  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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