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지난 수년 동안 여러 모터쇼에서 스포티한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하지만 기아가 양산한 모델은 대부분 앞바퀴굴림 기반의 경제적인 모델이었다. 물론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V8 엔진의 K9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K9은 성공하지 못했다. 경쟁 모델들보다 가격이 낮았는데도 판매량이 저조했다. 기아는 또 한 번 도전을 하고 있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GT 콘셉트의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차도 K9처럼 기아 독일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했다. 

기아 스팅어는 BMW의 4시리즈 그란쿠페를 겨냥한다. 기본형 모델은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55마력에 최대토크 36.0kg·m를 낸다. 이는 BMW 430i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극적인 라인을 연출하는 지붕과 커다란 바퀴 그리고 짧은 앞 오버행은 그동안 BMW가 추구하던 디자인 특징이다. 스팅어는 4개의 공기흡입구가 있는 노즈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뭉툭하다. 피터 슈라이어가 만든 일명 ‘호랑이 코’ 그릴이 기아차의 정체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가운데 그릴과 좌우 공기흡입구도 수직에 가까운 디자인을 고스란히 따른다.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앞 끝을 수직으로 하는 디자인은 그렇게 효율적으로 볼 수 없다. 다행히 좌우에 공기흡입구를 뚫어 브레이크 냉각과 공기 흐름에 원활하게 했다. 후드는 가능한 한 길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옆 유리창 단면이다. 얇은 A필러와 함께 우아한 면을 연출한다. B필러도 상부의 크롬몰딩과 드라마틱하게 직각을 이룬다. 윈드실드 부분에서 시작된 얇고 번쩍이는 크롬라인은 트렁크까지 길게 이어진다. 

스팅어는 모든 모습이 기존의 기아 디자인보다 나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디자인이 특별히 아름답거나 혁신적인 건 아니다. 스팅어의 디자인에 감동받아 그대로 따라 하는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사실 누군가 흉내 내고 싶어 하는 디자인이야말로 좋은 디자인이다. 예컨대 2000년대 초 크리스 뱅글과 후이동크가 만든 BMW 7시리즈에 대해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7시리즈의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트렁크 공간 등의 장점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그대로 따라 했다. 스팅어에는 이런 과감한 시도가 없다.
글_Robert Cumberford

 

앞모습
1 그릴 바깥쪽 라인을 보자. 완벽한 수직을 이루고 있다. 
2 후드에 작은 구멍을 볼 수 있다. 엔진 열을 빼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틀렸다. 그냥 멋을 낸 것일 뿐이다. 실제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 
3 후드 바깥쪽의 날카로운 라인이 A필러까지 이어진다. 입체적이면서 멋진 디자인이다. 
4 이 부분에서 라인들이 살짝 굽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창문과 도어 사이에서 직선으로 정렬돼 B필러까지 이어진다. 
5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강조된 선이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리어램프 바깥쪽 모서리까지 이어져 차체 측면을 멋지게 만든다.
6 기아차의 세공 및 도장 담당 부서는 연료 주입구 패널이 복잡한 표면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7 뒷문이 뒤 휠하우스까지 이어질 정도로 넓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8 이 플라스틱 트림이 차체 측면에 나 있는 구멍을 감싸고 있다. 후드에 있는 가짜 구멍과 달리 진짜 효과를 내기 위한 구멍이다. 
9 데이라이트 바깥쪽 끝을 약간 올렸다.
10 안쪽 트림이 그릴과 같은 검은색이다. 질감도 같게 만들기 위해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11 차 아랫부분을 날카롭게 깎아 앞으로 튀어나오게 했다. 보는 재미가 있는 디자인이다. 

 

 

 

뒷모습
12 만족스러울 정도로 리어램프의 세부적인 부분을 잘 다듬었다. 크기도 적당해 어색하지 않다. 기아차에서 이런 세심한 손길을 보게 되니 무척이나 반갑다. 
13 앞에서 시작된 선이 리어램프 가운데를 관통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건 기아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14 유리창을 구분하는 선들이 모두 평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창을 완전히 열 수 있다.
15 헤드램프가 뒤쪽에서도 잘 보인다. 아주 유용하면서도 필수적인 안전 기능이다.
16 단단하고 날카로운 선이 차 펜더의 공기배출구 트림에서 시작돼 차체 아랫부분을 따라 뒤까지 이어진다.
17 차체 측면에도 램프가 있다. 모서리에서 꺾여 리어램프와 이어진다. 빨간색 차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지만 은색이나 하얀색 차라면 어떨지 궁금하다.
18 이 구멍은 앞에 있는 것과 유사한 기능이지만 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19 배기파이프 바로 위에 반사램프가 있다. 아주 낮은 위치다. 
20 이 차에 배기파이프가 네 개나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21 아주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차의 뒷부분에서 흥미로운 인상을 심어주면서 자연스레 차의 앞부분 아래가 튀어나온 걸 생각나게 한다. 

 

 

실내
22 도어 손잡이 부분에 버튼이 너무 많다. 
23 심지어 운전대에도, 계기반 주변에도 버튼이 많아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24 내비게이션 화면은 보기 쉬운 위치긴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25 에어컨 송풍구는 단순한 원형이다. 끝부분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26 오디오 컨트롤러들은 검은색 실내에서 눈에 잘 보이도록 강조됐다. 아마도 BMW가 연상되길 바란 모양이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