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를 얼만큼 좋아하면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최시출 씨는 개성있게 생긴 오래된 차를 구해 본인 입맛에 맞게 바꾼다. 과거엔 의뢰를 받아 다른 사람의 차를 개조했지만 지금은 본인의 욕심을 채우는 편이다. 경기도 가평의 빈티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느 카페에서 닛산 휘가로를 타고 온 그를 만났다. “이 차가 이래 봬도 리모컨으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최시출 씨가 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시트에는 열선과 통풍 장치를 달았어요. 휘가로 고유의 인테리어 디자인 특징은 모두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3단 자동변속기라 장거리 운행이 편하진 않아요.”

그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다 자동차에 새롭게 눈을 떴다. 진로를 디자인 쪽으로 전향했지만 꽉 찬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현실적으로 모델러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일본어 실력을 살려 자동차 수출입을 하기 시작했고 이때 다양한 클래식카를 접했다. “차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제가 선택한 건 아날로그의 풍미를 느끼며 여유롭게 이동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할 게 많았다. 자동차의 기본부터 다시 공부하고 차의 이곳저곳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닛산 휘가로였다. 무엇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휘가로 리스토어엔 거의 순정 부품을 사용하는데 국내에서 부품을 구하기도 생각보다 쉽고(고무 관련 부품 제외) 수리도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스티어링휠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옮기는 작업이 꼭 그랬다. 조향비와 축을 정교하게 맞추느라 애를 먹었고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마감도 꽤 힘들었다.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만큼 배웠다. 가죽 공예를 하는 친구를 통해 가죽 만지는 법을 배워 시트도 손봤다. 용접과 도색 등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익혔다. 그렇게 수년간 혼자만의 수업료를 지불하며 자동차를 들여다봤다.

최시출 씨가 클래식카에 홀린 요인은 디자인이다.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겐 자동차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말했다. “요새 나오는 차들에선 디자인의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요. 클래식카의 디자인은 이제 더는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갖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차를 손보는 이유는 오리지널리티의 복원보다 현대적인 재해석에 가깝다. “차는 궁극적으로 달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단순한 수집품에 머물러 있기엔 너무 아까워요. 일상에서 불편 없이 타기 위해 오래된 차를 개조하는 겁니다. 이왕 하는 김에 운전자의 기호대로 바꾸는 거죠. 결국엔 세상에 한 대밖에 없는 차가 완성됩니다.”

그의 프로젝트는 ‘크레셴도’다. 현재 충북 청주에 있는 작업실엔 마쓰다 RX-7이 한 대 있다. 이 차는 그의 오래된 꿈이기도 하다. 만화    <이니셜 D>에서 등장인물 다카하시 게이스케의 FD3S를 보고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다 마음에 들었지만 로터리 엔진이 걸렸다. 출력에 비해 토크가 약하고 수명이 짧아서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다 3년 전 드디어 ‘RX-7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경주용으로 달리던 RX-7을 구입해 로터리 엔진을 들어내고 콜벳 LS1의 5.7리터 V8 엔진을 얹었다. 콜벳의 엔진을 선택한 이유는 구조가 단순하고 내구성이 좋아서다. 부품값도 저렴한 편이고 원하는 출력을 조정하기도 쉽다. 곧 이 차를 타고 서킷에서 달릴 생각에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다른 과제도 있다.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T1에 스바루의 엔진과 변속기를 얹고 롤케이지 등을 장착 중이다. 작업이 끝나면 이벤트로 서킷을 달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개조에만 1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원대한 꿈도 있다. “언젠간 꼭 메르세데스 벤츠 300 SL을 제 입맛에 맞게 현대적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엔진과 변속기를 바꿔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300 SL로 완성하고 싶어요.” 300 SL 한 대가 빌딩 숲 사이로 ‘은빛 화살’이 돼 달리는 모습이라. 생각만 해도 멋지다. 그의 꿈에 ‘좋아요’를 살포시 눌러본다.  

엔진 스타트 버튼 닛산 휘가로에 버튼으로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는 장치를 자연스럽게 달았다.

콜벳 LS1 V8 엔진 마쓰다 RX-7에 기존의 로터리 엔진을 대신해 얹었다. 높은 토크와 불규칙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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