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OECD 국가 중 한국 내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는 1278kWh에 달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은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전력 사용량 증가 속도는 단연 으뜸이다. 1990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증가율이 410퍼센트나 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생활 기기인 휴대전화나 IT 제품 모두 전기용품이고 냉난방 및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율도 높다.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소가 계속 지어지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전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공급될까. 한국전력은 전기를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어 판다. 그래서 지난해 이익만 10조원을 기록했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기에 무려 10조원이 남을 만큼 전력 조달 비용이 저렴한 걸까. 바로 석탄이다. 

한전이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을 끓이고 여기서 얻은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단, 물을 무엇으로 끓이느냐에 따라 전력 생산 비용의 차이가 난다. 석탄은 발전용 1차 에너지 가운데 가장 싸다. 게다가 원자력처럼 방사능 공포도 없고 수입 가격도 낮다. 그러니 주야장천 석탄에 불을 붙여 물을 끓이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가 가정이나 산업현장에 유료로 공급되는 게 지금의 국내 전력 시스템이다. 물론 석탄 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태양광도 있지만 석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다. 일부에선 원자력 비용의 경제성을 언급하지만 원자력은 훗날 폐기 비용이 만만치 않고 폐기물 관리 비용이 추가된다. 따라서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만든다는 원칙으로 보면 석탄이 우선이다. 

하지만 석탄도 골치가 아프다.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만 굴뚝 위로 내뿜는 온실가스가 많다. 같은 양의 천연가스와 비교하면 2.5배나 된다.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논란이 일어났을 때 충남 서해안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지목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논리는 단순하다. 국민들이 전기료 인상을 원하지 않으니 저렴한 전력 생산이 우선이고 그래서 석탄을 쓸 수밖에 없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에는 눈을 감고 보자는 식이다. 그리고 전력공급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이렇게 말한다. “석탄으로 발전하니 전기세가 오르지 않는 겁니다. 석탄 외에 다른 걸 사용하면 (전기세) 오릅니다.” 배출가스가 적은 원료로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고 싶지만 이때는 전기료 인상이 전제인데, 이 부분은 막으면서 안정된 전력 공급을 원하니 석탄만 태우는 것이라는 말이다. 

정부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 늘어날 발전소도 석탄화력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원자력 13기, 석탄화력 20기가 준비돼 있다. 물론 LNG도 14기 있다. 하지만 원자력은 국민적 저항이 너무 크다. LNG는 원료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앞으로도 석탄이 주력이다. 배출가스 문제는 뒤로하고 전력공급이 끊기면 민란이 일어날 수 있으니 석탄부터 태우고 보자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에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다. 하지만 정부가 애써 감추는 게 하나 있다. “석탄이 왜 저렴할까?”라는 점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을 보면 석탄이 천연가스보다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에 들어오면 천연가스 대비 저렴해진다. 바로 세금 때문이다. 석탄은 세금이 거의 없는 반면 천연가스는 세금 덩어리다. 석탄에 대한 면세가 이른바 ‘배출가스 많은 석탄 전력’을 늘리는 요인인 셈이다. 

정책적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했다. 일단 석탄에 과세하자는 환경론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 한전의 전력 수급비용이 오르고 전기료도 인상돼 소비자는 일단 부담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수송용 유류세를 낮추는 방안이다. 자동차 기름값에 포함된 유류세를 내려 전기료 인상 부담을 상쇄하는 방법이다. 석탄 과세로 늘어난 세입을 그만큼의 유류세 인하로 대체하자는 얘기다. 

굳이 이렇게 하는 건 온실가스 감축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석탄은 천연가스 대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이 2~3배 많다. 같은 전력을 생산하는데 배출가스가 많으면 그 자체가 부담이다. 석탄에 과세하면 천연가스와 조달 비용이 비슷해져 천연가스 발전이 확대되고, 배출가스는 감소한다는 게 이번 주장의 핵심이다. 

물론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자동차 없는 사람은 전기료만 오르는 것이고 설령 있어도 운행거리가 짧은 사람 또한 전기료만 부담될 수 있다. 반대로 연간 운행거리가 많은 사업자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최근 제기된 석탄 과세 주장 이면에는 또 한 가지의 이성적 논리가 개입한다. 지금 EV 보유자는 자신이 친환경을 실천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석탄 태워 얻는 전기로 구동하는 방식이 친환경인지를 물으면 모두 입을 닫는다. 물론 친환경은 맞다. 같은 과정으로 원유를 정제해 내연기관에 기름을 태워가는 것보다 기름으로 전기 만들어가는 게 30퍼센트가량 효율적이다. 친환경이 곧 효율이라는 점에서 EV 운행은 장려돼야 한다. 하지만 EV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도 친환경 생산이 돼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래서 발전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반대하고 정부의 에너지 세수도 변동이 없어야 한다. 석탄 과세로 늘어난 세입을 전기료 인상 억제에 사용할 수도 있고 수송용 유류세 인하에 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든 발전의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EV보유자도 마음이 가벼울 수 있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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