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명의 지인에게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괜찮은 차를 추천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 둘이 관심을 보인 차는 우연히도 모두 컨버터블이었다. 지붕이 열리는 자동차를 사고 싶은데 신차 가격은 너무 높아 살 엄두가 안 나서 중고차로 알아본다는 것이었다. 두 명은 성별이 달랐지만 모두 미혼에 운전하기 좋아하는 30대였다. 먼저 미니 컨버터블을 추천했다. 작아서 싫단다. 그럼 메르세데스 벤츠 SLK는? 로드스터라 두 명 앉으면 가방 하나 놓을 공간도 없고 가격도 높은 편이라며 징징댔다. 둘의 답변은 이상하리만치 비슷했다. 슬그머니 328i 컨버터블을 이야기했다. BMW 3시리즈 정도 크기에 4인승이라 공간도 적절하다는 설명과 함께. 여기에 연식이 있어 가격도 적당할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328i 컨버터블은 2007년 처음 국내에 출시된 전기형과 2010년에 부분 변경해 출시된 후기형으로 나뉜다. 엔진 차이는 없다. 모두 2996cc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31마력을 발휘한다. 다만 후기형은 헤드램프와 배기파이프, 범퍼의 디자인이 바뀌었으며, 하만카돈 서라운드 시스템과 i드라이브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당시 신차 가격은 7200만원 정도였지만 중고차의 경우 그 절반 수준인 3500만원 선에서 가장 최신 모델인 12년형을 구매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다. “328i 컨버터블은 컨버터블 중에서도 꽤 많이 팔린 모델입니다.” SK엔카 직영 장한평 지점 이상원 실장의 말이다. “많이 팔렸기 때문에 중고차 물량도 많고 부품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실제로 문의하러 오는 분 중엔 미혼의 30, 40대가 많지만 간혹 20대들도 찾습니다. 2도어에 컨버터블이라는 로망 때문이지요. 출시된 지 시간이 오래 지나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내려간 상태라 1000만원 후반부터 중고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짜 데일리 컨버터블
328i 컨버터블은 하드톱을 가지고 있는 4인승 오픈카다. 우리나라에서 컨버터블을 타기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래서 메인으로 컨버터블 한 대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 세단이나 SUV를 패밀리카로 가지고 있고, 여기에 컨버터블을 세컨드카 개념으로 소유한다. 하지만 328i 컨버터블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드톱만 닫으면 완전한 쿠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평일엔 지붕을 닫고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주말엔 지붕을 열고 나들이를 갈 수 있는 데일리 컨버터블이다. 매일매일 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여느 컨버터블보다 중고 매물로 나온 차들의 주행거리가 대부분 길다. 가장 최근 모델도 주행거리 10만 킬로미터를 달린 매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컨버터블 뒷자리란 게 실용성과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하다. 비록 성인이 앉기엔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한두 시간 앉기에는 무리가 없다. 뒷좌석에 앉을 승객들을 위해 좌석 중간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도 있다. 굳이 사람이 앉지 않더라도 골프 가방이나 짐을 놓을 수 있으니 이 점 꼭 참고하시길.

 

비싼 보험료와 수리 문제
328i 컨버터블을 구매하려고 마음먹어도 보험료를 계산해보면 금방 마음을 접는다. 보험 처리된 실적과 수리비가 많이 들어 보험료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포츠카로 분류돼 보험료가 가산된다. 구매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 이유는 수리 문제다. 328i 컨버터블은 2007년에 출시해 2012년에 단종됐다. 더는 생산하지 않는다. 5년·20만 킬로미터까지 보증해주는 BMW 워런티 플러스 패키지를 구매했더라도 보증기간은 이미 끝난 차들이 대부분이다. 엔진이나 파워트레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자비로 수리해야 한다. 많이 팔린 만큼 부품을 공급받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부품값보단 공임이 꽤 높다. 실제 오너 중에 트랜스미션 오일 누유 현상이 발생하거나 하드톱이 오래돼 잡소리가 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니 중고차로 구매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주행의 재미까지 겸비
사실 컨버터블은 달리기 위한 차라기보다 즐기는 차다. 그런데 즐기는 차, 328i 컨버터블 오너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게 있다. 바로 ‘실키식스’다. BMW가 만들어낸 직렬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회전 질감이 비단결같이 부드러워 붙은 애칭이다. 328i는 국내에 출시된 마지막 직렬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차다. 여기에 일반 컨버터블과 다르게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 세팅이 단단하고 무거워 주행 감각이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굳이 컨버터블이 아니더라도 주행만 놓고 봐도 매력이 크다는 게 오너들의 얘기다. 물론 1570킬로그램의 328i 세단보다 80킬로그램이 더 무거워 몇몇 오너는 무게당 출력비가 낮다고 불평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만약 출력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면 대안으로 335i 컨버터블도 있다. 335i 컨버터블은 2979cc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06마력을 발휘한다. 주행거리 8만 킬로미터인 2010년형 335i 컨버터블은 2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BMW 328i 컨버터블 하드톱을 가지고 있는 4인승 컨버터블은 지붕만 닫으면 완벽한 쿠페가 된다.

 

 

 

오너들의 뒷담화

좋아요
1. 매일 탈 수 있는 컨버터블.
2.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뒷좌리.
3. 직렬 6기통 자연흡기 엔진, 괜히 ‘실키식스’라고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싫어요
1. 왜 스포츠카 보험료가 적용되는 거야?
2. 시트가 완전히 뒤로 넘어가질 않아요.
3. 스티어링휠이 묵직하다 못해 너무 무거워요. 파워스티어링이 아닌 줄 알았어요.

 

 

자동차, 중고차, 컨버터블,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