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VO S90
원고를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지난해 수입 E 세그먼트 세단의 판매대수를 살펴봤다. E 클래스가 카브리올레와 쿠페, E 63 모델을 빼고도 2만2462대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5시리즈였다. 끝물인데도 1만7179대나 팔렸다. 그 뒤를 A6(8360대), ES(6600대), XF(1328대),  S90(71대)이 이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아우디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A6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데 잠깐, S90 판매량이 71대밖에 되지 않는다고? 아무리 10월 말에 출시해 불리한 입장이라고 해도 한 달에 50대도 팔지 못한 건 예상 밖의 부진이다. 출시 이후 매달 100대 이상 팔리는 XC90에 비하면 S90의 판매성적은 초라하다. 이래서야 이 시장에서 패권을 쥐기는커녕 짓밟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S90의 판매가 그렇게 부진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볼보의 전체 판매대수는 5000대를 조금 넘었다. 1년에 5000대를 파는 브랜드와 5만대 넘게 파는 브랜드를 같은 선에서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볼보는 처음부터 이들과 ‘맞짱’ 뜰 생각도 없었다. 이들처럼 1년에 몇천 대 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쟁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덤비기보다 차분히 때를 기다리며 펀치를 날릴 순간을 보고 있는 거다. 시장을 휘어잡을 수 없다면 자신 있는 분야에서 한 방을 날리는 것, 그래서 서서히 브랜드를 끌어올리고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S90의 임무다. 그리고 S90은 그 일을 해낼 역량이 충분하다.

XC90에서 시작된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은 S90에서 무르익었다. 강렬한 헤드램프와 우아한 프런트그릴로 완성된 새로운 얼굴이 볼보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채기 어려운 경쟁자들의 얼굴에 비하면 단연 눈에 띄는 얼굴이다. S90은 이 구역의 진짜 뉴 페이스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얼굴이 신선한 매력을 뽐낸다. 앞쪽으로 밀어낸 앞바퀴 덕에 옆모습도 한층 새로워졌다. 휠베이스는 신형 5시리즈와 비슷한데 더 긴 느낌이다. 이런 착시 덕분에 S90이 더 큰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실제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건 이 급의 세단에겐 큰 무기다. 동급 경쟁 모델에 비해 대형 세단 분위기도 마구 풍긴다. 넉넉하면서 고급스러운 뒷자리 창문엔 선셰이드까지 달렸다. 

4기통 엔진으로 구성된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 역시 S90의 큰 무기다. T5 휘발유 엔진의 최고출력이 245마력, D5 AWD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이 235마력, D4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이 190마력으로 스펙만 놓고 보면 이 구역의 최강자 E 클래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신형 5시리즈와는 휘발유 엔진에서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달리는 감각은 이전 독일차처럼 단단하다. 스티어링휠도 묵직하다. E 클래스와 5시리즈가 매끈하게 바뀐 대신 S90은 단단하고 묵직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전 독일차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솔깃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볼보의 풍성한 안전장비 역시 S90의 큰 자랑거리다.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스스로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는 자동차뿐 아니라 대형 동물까지 인식해 충돌을 막아준다. 교차로 충돌 방지 시스템 역시 교차로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줄여준다. S90에는 20초 남짓 스스로 달리는 준(準)자율주행 기술 파일럿 어시스트도 들어 있다. E 클래스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기술이지만 미래의 자율주행을 조금이나마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 저마다 자신의 무기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확실한 매력이 없으면 살아남긴 더욱 어렵다. S90의 확실한 무기는 새롭다는 거다. 얼굴도, 심장도, 이름도 모두 새롭다. 신선한 얼굴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내세우는 고급스러운 실내, 첨단 느낌이 물씬 나는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사장님이 타도 어색하지 않은 뒷자리…. 경쟁자들과 차별된 장점이고, 이게 S90의 확실한 무기다. 글 서인수

미래 자동차인가요? S90의 실내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큼직한 모니터다. 
태블릿처럼 쓸 수 있어 사용하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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