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제 개편을 위한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현행 배기량에 따라 매년 내는 세금을 자동차 가격에 따라 부과하자는 개편안이다. 자동차 세제 개편안을 발의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배기량이 같아도 수입차와 국산차는 차값이 많이 차이 나는데 세금이 똑같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일리 있는 말 같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면 이 또한 형평성에 어긋난다. 소비자들은 이미 차를 사면서 차값에 따른 취득세와 등록세를 냈다. 비싼 만큼 더 많은 세금을 냈는데, 매년 내는 세금도 더 많이 내라는 것은 비싼 차를 산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세금을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부과하는 것은 자동차가 내뿜는 오염된 배기가스에 대한 대기 사용료 개념이다. 아무래도 배기량이 클수록 기름을 더 많이 태우고 이에 따라 유해가스를 많이 내뿜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차값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면 어떨까? 탄소와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더라도 차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자동차 세금은 재산적 성격과 환경 부담적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차값에 따른 세금 부과 정책은 환경 부담의 성격을 완전히 지우고 자동차를 오로지 재산으로만 판단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가격에 따른 개편안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도 반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엔진 사이즈를 줄이면서 출력을 높이려 애쓰는데, 작은 엔진을 넣은 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니 그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배기가스가 얼마큼 나오든 상관없이 싸고 큰 엔진을 넣으면 출력도 높이면서 차값은 낮출 수 있다. 즉 자동차 회사는 작은 엔진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기술 개발할 이유와 필요성이 희미해진다. 친환경차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압박해야 하는 정부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수입차 시장이 부담스러웠을지 모른다. 국산차 판매량이 줄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국산차 판매량도 늘리면서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방법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는 비싼 수입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꼼수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동차 배기량이 점점 낮아져 세수도 줄어드니 차값에 따른 세금 부과 정책이 묘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값으로 산정할 경우 연평균 세수가 1조3000억~3조4000억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세제가 개편되면 싼 차가 많이 팔릴 것이니 취등록세도 줄 수밖에 없다. 수입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건 자유무역협정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 통상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우리가 수입차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현대·기아차도 외국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 이게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이다. 

이미 국민은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특히 차를 가진 국민은 부가가치세, 취등록세, 개별소비세, 유류세, 자동차세 등등 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세금을 낸다. 그런데도 돈을 더 걷어가기 위해 세제 개편을 논의 중이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애석할 따름이다. 도대체 국민에게서 돈을 얼마나 더 뜯어가야 하는가? 다행히 그들의 생각이 짧아 지금 당장 세제가 개편될 가능성은 낮다. 

형평성은 동등한 조건에서의 기회와 의무다. 지금의 세금 부과 기준은 아주 치밀한 형평성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짧은 생각으로 형평성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세제를 흔들려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짧게나마 국민의 형편을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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