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모터 트렌드>의 자매지 <오토모빌>이 꽤 흥미로운 도전을 했다. 폭스바겐 비틀을 튜닝해 시속 328.195킬로미터를 기록한 것. 특수 제작된 비틀 LSR은 2.0리터 휘발유 엔진에 터빈을 키우는 등의 튜닝으로 최고출력을 무려 55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공력성능을 위해 차체를 낮추고 에어댐도 붙였다. 이 외에도 특별한 환경에 대비한 디퍼렌셜과 휠, 타이어 세트를달았다. 제동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 뒤엔 특수 낙하산도 장착했다. 성능을 높이기 위한 튜닝 외에도 특수한 환경에 대비한 개조가 필요했던 이유는 이 차가 달린 곳이 아스팔트가 아닌 보너빌에 있는 소금사막이기 때문이다. 

보너빌 소금사막(Bonneville Salt Flat)은 미국 유타주 북서쪽에 위치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5~6시간 걸리는 곳으로 거의 사막화가 돼 황량하다. 원래는 빙하기에 바닷물이 유입된 호수였는데 긴 세월 동안 물이 증발하면서 염분만 남게 됐다. 이곳을 호수가 아닌 ‘소금사막’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 넓이에 있다. 넓이만 104제곱킬로미터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35배나 된다. 염분 때문에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으니 척박하기 이를 데 없고, 식물이 살 수 없으니 동물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곳은 사막이나 마찬가지다.

드넓은 평야에 하얀 소금이 깔린 광경은 마치 이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더욱이 비까지 내리면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의 공간이 필요할 때 보너빌 소금사막이 좋은 대안이 되고는 한다.   

보너빌 소금사막은 스피드광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넓은 평지에 오랜 세월 다지고 다져진 소금 결정들은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더불어 식물이 전혀 없고 흙이나 모래도 없으니 미끄러질 염려도 없다. 인간이나 동물과의 충돌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속도제한이 없다는 것. 이곳은 도로가 아니다. 즉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 번호판이 없어도 되고, 심지어 인증을 받지 않은 차도 달릴 수 있다. 그것도 모든 성능을 다 끄집어내면서. 이처럼 보너빌 소금사막은 바퀴 달린 모든 것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달릴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다. 때문에 오래전부터(1919년) 보너빌 소금사막 한 귀퉁이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렸고, 이곳을 사람들은 보너빌 스피드웨이(Bonneville Speedway)라 불렀다. 

현재도 이곳에선 3개의 자동차 경주가 꾸준하게 열린다. 8월 중순에 ‘보너빌 스피드 위크’와 ‘월드 오브 스피드’, 그리고 9월에 ‘월드 파이널’이 개최된다. 3개의 이벤트는 자동차를 비롯해 트럭, 모터사이클 등 바퀴 달린 모든 것이 참가해 세계 최고속도를 목표로 자웅을 겨루고 모든 기록은 FIA(국제 자동차 연맹)가 관리한다. 모든 이벤트가 여름에 집중된 이유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소금사막 컨디션이 가장 좋기 때문. 다만 비가 오면 소금 결정이 풀어져 진흙처럼 된다. 그러면 빗물이 다 마를 때까지 차가 나오지 못할 수 있다. 

경주도 일정 코스를 도는 형식이 아닌 드래그 레이스나 속도 경주다. 아스팔트보다 그립이 떨어져 방향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휠과 타이어도 소금사막에 특화된 것을 사용하고 차체에도 변형을 준다. 휠은 스포크가 없는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을 쓴다. 짧은 구간을 빨리 달리는 경주 특성상 방패 형태가 공력성능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브레이크 열을 빼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경주용 슬릭타이어가 아닌 트레드가 있는 것을 낀다. 소금 결정 사이사이에 박힌 트레드가 그립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오프로드 타이어와 같은 원리다. 앞 범퍼는 최대한 밑으로 내려 바람이 차체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양력이 생기면 그립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운포스는 최대한 줄인다. 차체를 누르는 힘이 강하면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직선주로에서 리어윙의 각도를 조절해 다운포스를 줄이는 F1의 DRS(Drag Reduction System)와 같은 원리다. 최고속도 경신을 목적으로 특별 제작한 스트림라이너(Streamliner)는 모든 바퀴를 차체 안쪽으로 넣어 공기저항을 줄인다. 더불어 가로 형태의 윙 대신 비행기 수직 날개와 같은 수직 핀을 달아 차체가 바람을 가르고 똑바로 갈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양산차를 비롯해 스트림라이너 등은 모두 뒤에 낙하산을 달아야 한다. 그립력이 떨어지니 제동 또한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가 스핀하기 일쑤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상태에서 차체가 스핀하면 전복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차체 뒤에 낙하산을 달아 속도를 줄이면서 차체가 스핀하는 것도 막는다. 

보너빌 소금사막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지만, 인간은 이 황무지를 속도 욕망의 분출구로 사용한다. 법과 질서가 없는 곳에서 가장 폭력적으로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그 차의 한계점에서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폭스바겐 비틀은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을 이유도 없고 그렇게 설계되지도 않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이 귀여운 차를 악마로 만들었다. 1970년대 자동차들은 시속 300킬로미터가 꿈의 숫자였을지 모르나, 총알처럼 생긴 블루 프레임(Blue Flame)이란 이름의 스트림라이너는 진짜 총알만큼이나 빠른 속도(시속 1001.667킬로미터)로 보너빌 소금사막을 달렸다. 인류가 지상에서 처음으로 시속 1000킬로미터를 넘은 경이적인 순간이었다. 최근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속도 경쟁도 치열하다. 자유와 속도가 주는 환희에 취해 오늘도 미치광이 엔지니어들은 보너빌 소금사막으로 향하고 있다. 빛과 소금밖에 없는 이곳은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환희를 주는 천국일지 모른다. 

 

 

1 VENTURI BUCKEYE BULLET 3        
벤투리의 스트림라이너가 특별한 이유는 이 차엔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포뮬러 E에 참가하고 있는 벤투리는 그들의 기술력으로 전기 스트림라이너를 만들어 소금사막에 보냈다. 벌써 네 번째 도전이고 이 부분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시속 549.43킬로미터라는 무서운 속도가 공식 인증됐다. 

 

2 reaction dynamics blue FLAME
1970년 미국에 재미있는 도전이 있었다. 릭션 다이내믹(Reaction Dynamics)이라는 회사가 자동차로 시속 1000킬로미터에 도전한 것. 당시 자동차 엔진 출력으론 어림도 없어 로켓 엔진을 사용했다. 과산화수소와 LNG 2단 추진 엔진인데, 문제는 작은 차체 때문에 연료를 많이 넣지 못해 엔진을 20초밖에 돌리지 못한다는 것. 20초 안에 시속 1000킬로미터에 도달해야 하니 차체 강성뿐만 아니라 타이어가 문제였다. 이에 릭션은 굿이어에게 문의했고 굿이어는 시속 1126킬로미터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제작된 타이어를 공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무시무시한 중력을 견딜 수 있느냐는 것. 릭션 다이내믹은 미국 핫로드와 드래그 레이스의 영웅 게리 가벨리히(Gary Gabelich)를 시트에 앉혔다. 그렇게 출발한 블루 프레임은 20초 안에 5만8000마력을 쏟아내면서 시속 1001.667킬로미터에 도달했다. 지금도 이 기록은 보너빌의 전설로 남아 있다.

3 THOMSONLSR CHALLENGER 2
영화배우이자 레이싱 드라이버였던 미키 톰슨의 아들 대니 톰슨이 만든 레이싱 팀도 스트림라이너로 보너빌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개의 V8 헤미 엔진에 터보를 붙이고 휘발유 대신 니트로와 메탄올을 같이 넣었다. 각 엔진을 구동축에 달아 네바퀴굴림이 됐다. 앞 엔진은 600마력, 뒤는 1200마력, 총 1800마력이다. 타이어는 오프로드 전문 타이어 업체 미키톰슨이 제작했다. 그리고 이 차는 시속 706.502킬로미터로 소금사막을 달렸다. 

 

 

 

1 TRIUMPH ROCKET STREAMLINER    
소금사막 그대로 ‘보너빌’이라는 이름의 바이크를 생산할 정도로 보너빌을 사랑하는 트라이엄프도 보너빌의 강자 중 하나다. 3기통 엔진에 두 개의 터빈을 달고 연료는 메탄올을 넣어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엔진을 미사일처럼 생긴 차체에 넣었다. 섀시는 탄소섬유-케블라 모노코크다. 이 스트림라이너의 최고속도는 시속 441.281킬로미터로 메탄올을 사용하는 3.0리터 엔진 중에서 가장 빠르다.

 

2 HONDA S DREAM STREAMLINER      
혼다의 스트림라이너는 아주 특별하다. 다른 스트림라이너들이 출력을 높이기 위해 로켓 엔진을 올리는 것에 반해 혼다는 달랑 68마력짜리 666cc 엔진을 넣었다. 그들이 경차에 사용하는 엔진이다. 엔진 크기나 출력을 봤을 때 ‘빨라야 얼마나 빠르겠어?’ 했는데 올해 9월 이 차가 기록한 속도는 무려 시속 421.446킬로미터. 혼다는 차에 무슨 짓(!)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기술의 혼다’를 증명하기에 충분히 빠른 속도였다. 

 

3 스톡카 챔피언 카카 부에노는 쉐보레 벡트라 경주차로 시속 345.6킬로미터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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