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을 할인으로 제공한 수입사는 비난에 직면했다. 오히려 양심을 지켰음에도 환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탄을 받았다.

한국에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건 1977년이다. 그런데 부가세는 모든 품목에 일괄적으로 더해지는 것이어서 사치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부가세 도입과 동시에 사치물품에 세금을 추가 부과했다. 그게 바로 ‘특별소비세’다. 그런데 2000년 중반 특별소비세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에는 사치품이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소비 품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탕과 청량음료에도 특소세가 부과됐으니 불만이 생기는 게 당연했다. 그러자 정부는 2008년 ‘특별소비세’를 ‘개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사치품에 특별히 부과하는 게 문제라고? 그럼 사치품이 아닌 개별 품목에 세금을 더하는 것이니 괜찮지?’라는 명분이었다.

배기량 1600cc 현대 아반떼는 사치품일까? 아닐까? 사치품으로 보는 시각은 현저하게 낮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게 합당한 것일까’를 되묻게 된다. 여기에는 개별소비세를 과거 특별소비세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시각이 깔려 있다.

반면 아반떼는 사치품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개별 품목이니 세금을 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 있다. 업무의 최우선 항목이 세수 확보인 기획재정부의 시각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려면 세금을 충분히 거둬야 하는데, 연간 5조6000억원(2014년 국세청) 규모의 개별소비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산하에 있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정부가 거둬들인 전체 개별소비세에서 자동차가 차지한 비중이 43.2퍼센트에 이른다. 골프, 경륜장, 경정장 외에 기름 등에도 개별소비세가 붙지만 자동차만큼 세금 비중이 높은 품목은 없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개별소비세율의 조정 권한이다. 입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수가 위축됐다고 판단되면 공장도 가격의 5퍼센트인 세율을 3.5퍼센트로 내렸다. 물론 세율 인하에 따른 혜택은 자동차에 집중됐는데, 세액 비중에서 자동차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개별소비세 인하는 자동차 판매 촉진 제도로 비유되곤 한다. 이번 정부도 개별소비세율 인하는 좋은 수요 촉진 정책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해 4분기 3개월 동안 세율을 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내렸다. 자동차회사는 지금이 기회라며 앞다퉈 판매에 안간힘을 썼고,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9만7000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세율을 다시 5퍼센트로 환원시켰다. 그리고 정부의 말을 믿은 자동차회사는 1월부터 5퍼센트의 정상적 개별소비세율을 넣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정부가 갑자기 세율 인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뒤집어진 판단이 자동차업계에는 큰 혼란을 일으켰다. 국산차는 공장 출고 날짜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니 지난해 12월 31일 출고돼 3.5퍼센트가 부과된 제품과 올해 1월 1일 5퍼센트의 세율이 부과된 제품이 명확히 구분되고, 1월 구매자는 세액을 돌려받으면 된다. 반면 수입차는 통관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제품을 생산국에서 싣고 한국에 도착하면 물품수입신고를 하는데, 이때 세율이 중요하다. 수량에 관계없이 일괄 신고하면 해당 물량에 세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그러니 지난해 4분기에 수입 신고된 제품은 3.5퍼센트의 세액이 부과됐다.
그러자 일부 수입사는 어차피 3.5퍼센트 내고 들여온 물량이니 ‘개별소비세 자체 인하’라는 명분으로 할인을 제공했다. 이외 다른 수입사는 3.5퍼센트를 신고했어도 소비자가 세금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조용히 1.5퍼센트의 가격을 올렸다. 한마디로 환원된 세율 1.5퍼센트를 마진으로 흡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개별소비세율 추가 인하를 발표했으니 1월 구매자에게 환급액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3.5퍼센트를 내고 1월에 추가 할인한 수입사는 ‘돌려줄 게 없다’고 맞섰다. 이와 반대로 3.5퍼센트를 신고한 뒤 1.5퍼센트를 마진에 포함시킨 수입사는 환급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환급을 할인으로 제공한 수입사는 비난에 직면했다. 오히려 양심을 지켰음에도 환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탄을 받았다.

최근 일부 수입사가 환급을 결정했다. 그런데 엄밀하게는 환급과 마진 환원이 섞여 있다. 1월에 5퍼센트를 신고한 뒤 판매된 제품은 환급이 맞지만 지난해 4분기 3.5퍼센트를 내고 수입해 1월에 판매한 제품은 수익 1.5퍼센트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제품마다 환급과 이익  환원을 구분할 수 없어 환급이란 표현으로 통일한 것일 뿐 내용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개별소비세율이 5퍼센트일 때 수입, 판매하던 중 세율이 3.5퍼센트로 내려갔을 때다. 수입사 입장에선 5퍼센트를 유지하는 곳도 있고, 판촉 차원에서 마진을 1.5퍼센트 포기하는 곳도 있다. 그러니 적어도 수입차에게 정부의 개별소비세율 인하 혜택은 복불복인 셈이다.

그렇다면 개별소비세 논란이 끝난 것일까? 결코 아니다. 개별소비세가 존재하는 이상 정부의 세율 조정은 언제든 등장할 것이고,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논란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국산차와 수입차의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 현상인 만큼 해당 세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입씨름은 끝이 없다.

그래서 나오는 주장이 영구적인 세율인하다. 5퍼센트를 3.5퍼센트로 내렸을 때 늘어나는 소비 패턴을 분석했을 때 굳이 5퍼센트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5퍼센트가 3.5퍼센트로 떨어지면 신차 구매 예정자들이 시기를 앞당겨 사는 것일 뿐 전체 산업 수요를 키우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개별소비세 인하로 반짝 늘어난 판매가 세율이 환원된 1월에는 반 토막 났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세율 인하를 연장한 것이지만 기한이 끝나는 7월 이후는 또다시 반 토막 날 게 분명하다. 그때는 총선도 끝나고, 대통령 임기도 끝나가는 시점이니 ‘모른쇠’로 나올 게 분명하다. 그래서 개별소비세율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꺼내드는 단골 카드다. 단골이 되지 않으려면 영구 인하가 대안이다.
글/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