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투박한 겉모습에 상관없이 볼보가 좋았다. 그리고 50년 전에는 볼보를 몰기도 했다. 당시에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볼보도 있었다. 물론 포드의 289마력 V8 엔진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그 기본 차체는 두 배가 넘는 출력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단단했다. 튼튼함과 안전성이야말로 오랫동안 볼보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포드가 주인이던 마지막 몇 년 동안 품질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제 중국 품으로 들어간 볼보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은 비슷한 엔지니어링과 단순화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델들을 통합하는 급진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포드와 르노, 야마하 등을 통해 조달했던 4, 5, 6, 8기통 엔진들 그리고 폭스바겐에게 지원을 받았던 디젤 엔진 역시 이제 자체 설계 엔진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다. 여기에 2.0리터 4기통 엔진을 기본으로 터보와 슈퍼차저, 전기모터를 추가한 모델들이 놀라운 성능을 내고 있다.

2013년, 아우디와 스코다를 디자인했던 토마스 잉엔라트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로빈 페이지가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모든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로 통일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한 가족이라면 거기 속한 자녀들은 모두 닮아 보이는 법이다. 어른이 다 된 청년과 5살 된 여자아이라도 우리는 두 사람이 가족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볼보의 완전히 새로운 통합된 디자인은 이전의 여러 회사가 추진했던 다양한 디자인을 끌어모아 합쳐 만들어내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쿠페 콘셉트와 에스테이트 콘셉트, XC 쿠페 콘셉트와 XC90 크로스오버 그리고 S90 세단 등 볼보의 새로운 모델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로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두 외국인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이렇게 완벽하게 스웨덴 디자인 감성을 살려냈다. 일본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복잡한 외관 디자인은 피하고 전통적인 볼보의 단순함과 간결함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다.

이 통일된 디자인은 분명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다. 약간만 더 다듬으면 볼보가 진정으로 원하는 디자인 지향점과도 잘 맞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디자인을 지속할지 또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론 디자인만 멋져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볼보는 적어도 7년 안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의 실적을 올려야 한다. 볼보는 이렇게 디자인된 차들을 판매하면서 전체 모델을 다 개선하고 고쳐나갈 수 있을까? 아주 어려운 질문이지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브랜드 생존과 지속이 가능하다.

지금은 1960년대 볼보가 마주했던 그 믿기지 않는 순간과 비슷하다. 전체 인구가 뉴욕 시 인구와 비슷한 스웨덴의 차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성향이 다른 볼보와 사브라는 두 개의 브랜드로 말이다. 그렇지만 두 브랜드 모두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에디터/이진우

 

 

 

앞모습
1 볼보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최고의 그릴이다. 움푹 들어가고 수직 막대가 여러 개 서 있는 이 그릴은 깔끔하고 단순하며 고급스럽다. 그리고 볼보 상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선 역시 1927년 처음 선을 보였던 그때 그 모습이다.
2 이렇게 만들어진 그릴 덕분에 후드가 길어졌다. 그래서 옆에서 볼 때 날카롭게 다듬은 모서리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3 이 뚜렷한 선은 볼륨을 넣은 펜더부터 시작돼 차체 옆을 날카롭게 가로지른다.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뒷부분 위쪽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4 윈드실드 경사는 볼보의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이 경사가 아주 길고 우아한 지붕 라인으로 이어진다.
5 날카로운 수직선이 위쪽의 곡선과 아래쪽 도어의 볼록하고 오목한 표면을 가로지른다.
6 위로 오르는 대각선과 대각선 끝에서 수직으로 오르는 쿼터글라스 라인이 지붕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선은 그릴 아래쪽 모양과도 비슷하다.
7 도어는 움푹 들어간 볼륨감이 아래의 돌출된 크롬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8 스포크가 8개인 휠은 어딘지 모르게 미국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마차의 나무 바퀴를 연상시킨다.
9 이 스쿠프라인 주변 표면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갔다가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볼보 디자인 변화 중 하나다. 아주 낮게 배치된 안개등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10 마치 메기의 입을 연상시킨다. 프런트 엔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수평의 날카로운 선이 과감하다.

 

 

 

 

뒷모습
11 지금 보고 있는 날카로운 프런트 엔드는 처음 설계보다 더 강조된 것이다. 헤드램프보다 앞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12 헤드램프 주변이 차체 옆면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방향지시등은 앞뿐만 아니라 옆에서도 잘 보인다. 역시 안전의 볼보답다.
13 펜더 볼륨이 과하지 않다. 휠하우스를 따라서 펜더 표면에 차체 안쪽으로 각을 넣었다. 독특한 터치다.
14 놀라울 정도로 얇은 A필러는 패밀리 세단이라기보다는 스포츠카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S90의 옆모습에 색다른 우아함을 더해준다.
15 튼튼해 보이는 B필러는 검은색으로 칠해 옆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C필러도 마찬가지다. 아주 멋지다.
16 휠하우스 주변으로 살짝 솟아오른 볼륨감은 리어도어와 리어램프 부분까지 볼륨감이 이어진다.
17 이 선은 차체 옆의 캐릭터라인에서 이어진다. 라인이 아주 또렷하게 강조됐다. 이 각도에서 볼 때 차체 옆면과 뒷면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선이 되기도 한다.
18 트렁크리드의 날카로움과 달리 이 면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차체 옆면과 이어진다.
19 커다란 배기파이프는 크롬으로 감쌌다. 터보차저, 슈퍼차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각각의 모델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20 변화를 준 면으로 하여금 차체 옆과 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시각적인 강조도 더한다. 특히 윗부분의 선은 차체 옆의 크롬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심한 터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21 아주 곧고 단단해 보인다. 휠하우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안쪽으로 다듬었다.

 

 

 

인테리어
22 밝은 색의 원목 소재는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장식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윗부분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듬어 스칸디나비아 분위기가 물씬 난다.
23 볼보 로고가 박힌 중앙부가 운전대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보자. 덕분에 우리는 계기반을 더 잘 볼 수 있게 됐다.
24 이건 벤틀리 등에 들어가는 값비싼 시계가 아니다. 바우어앤윌킨스 스피커다.
25 스크린이 아주 크다. 세로로 길게 장착돼 보기도 쉽다.
26 계기반과 같은 높이에 멋을 부린 송풍구가 있다. 크롬으로 처리한 선의 중앙에는 마치 크리스털로 조각한 듯한 손잡이가 있다.
27 도어 수납공간은 실용적으로 설계됐지만 다른 브랜드의 차와 비교해 물병 같은 것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크기는 아니다.
28 밝은 색의 나파 가죽 장식은 볼보 인테리어가 지향하는 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Robert Cumberford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