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2012년 준대형 세단 MKS를 시작으로 1년에 한 모델씩 꾸준히 내놓더니, 올해 11월엔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중형 SUV MKX를 발표했다. 포드코리아는 이번 MKX를 내놓으면서 유독 ‘링컨 최초’를 힘주어 말했다. 340마력의 힘을 내는 2.7리터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 360도 서라운드뷰 카메라 시스템 그리고 레벨(Revel) 오디오 시스템이 그것이다. 사실 저 생소한 오디오 시스템 말고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요즘 차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기능이라 큰 감흥은 없다.

포드코리아 역시 MKX를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 아닌 ‘오디오’에 방점을 찍으며 이야기했다. 행사장 입구 맞은편 라운지에서는 2640만원에 달하는 ‘레벨 울티마 살롱 2’ 홈 스피커가 음악을 내뿜고 있었다. MKX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에서도 주인공은 오디오였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형형색색의 풍성한 연기로 표현했다. 간단한 차량 소개가 끝나자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나와 오디오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천사에 관해 설명했다. 이쯤 되니 내가 지금 신차 발표회장에 와 있는지, 카오디오 신제품 발표회장에 와 있는지 헷갈렸다. 도대체 레벨 오디오가 얼마나 훌륭하기에 이렇게 ‘올인’하는 걸까? 상품 자료 중 레벨 오디오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봤지만 오디오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나로선 소개된 기술들이 그저 ‘영어’에 불과했다. 문득 예전에 카오디오 전문가를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론적으로 차에서 오디오를 가장 균형 있게 들을 수 있는 곳은 운전석도 뒷자리도 아닌, 실내 정중앙이다. 그래서 그 중심점을 운전석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조정하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라고 했다. 레벨 오디오가 내세우는 ‘퀀텀 로직 서라운드 음향 기술’은 스테레오, 객석, 무대 위 등 세 가지 버전의 청취 모드를 제공한다. 어느 자리에 앉아 있건 적어도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듣는 수준의 균형감 있는 오디오를 선사한다는 뜻이겠다.

일단 들어보고 판단할 일. 그런데 행사장에 준비된 어떤 MKX에서도 그 훌륭하다는 오디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물론 취재진이 너무 많아 상황이 여의치 않기도 했다. 한산해졌을 때 다시 가서 관계자에게 오디오를 켜달라고 했지만 행사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홈스피커가 있는 라운지 쪽으로 안내했다. MKX에 현대 아반떼 풀옵션 가격에 달하는 이 스피커가 달려 있진 않다. 게다가 이렇게 뻥 뚫린 공간에서 사람도 북적이고 소음도 심한데 무엇을 느껴보란 말이지?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레벨이 파트너사로 링컨 MKX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성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레벨 오디오의 소리를 제대로 느끼려면 방음 시설이 잘된, 폐쇄된 공간이어야 한단 뜻이 아닌가? 하지만 난 이날 행사장에서 링컨 MKX에 달린 오디오 시스템이 끝내준다는 풍문만 들었을 뿐 정작 그 오디오 소리는 끝까지 듣지 못했다.
 

새로운 링컨 MKX는 꽤나 고급스러워졌다. 자동차 최초로 들어간 레벨 오디오와 브리지 오브 위어의 가죽시트를 조합해 마치 이동하는 고급 음악 라운지처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