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센트 대표 - 최아름
브랜드의 아이텐티티를 향으로 디자인하는 아이센트 대표 최아름. 아이센트는 전 세계 90여 개국 중 가장 성공적인 센트 마케팅 서비스 기업 미국 프롤리텍의 한국 독점 에이전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특정 공간이나 기업, 브랜드를 향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워낙 섬세한 향을 다루기에 선물에 대한 추억도, 안목도 남다를 거란 기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녀는 향에 대한 특정 취향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트렌디한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나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기억에 남는 선물로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90여 개국의 아이센트 사장단 세미나에서 이탈리아 지사장에게 받은 깜짝 선물을 꼽았다. 이탈리아 명품 리빙 브랜드 셀레티의 제품으로 그릇 6개와 볼 1개가 차곡차곡 쌓여 건물 형태를 이룬 오브제 겸 식기였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하고, 각각의 제품을 그릇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아이템이었다. 향도 놓이는 공간에 적합해야 하는 동시에 감각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자신의 직업이 추구하는 것을 함축해놓은 제품 같았단다. 직업이 같은 이가 준비한 선물이라 감각이 남달랐다고.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선물은 항상 향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자신을 위해 향이 없는 탈로우 캔들을 준비한, 친구의 센스 있는 선물이라고 전했다. 받는 이를 생각하는 섬세한 마음이 담겨서인지 가장 잊히지 않는 선물로 꼽았다. 선물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고객의 마음 그리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매장 직원을 모두 고려할 만큼 사려 깊고 섬세한 그녀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가장 좋은 선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 일본 파트너사로부터 선물받은 키치하면서도 유니크한 셀레티와 토일렛페이퍼의 컬래버레이션 거울.
2 한성자동차 벤츠 VIP를 위한 선물로 제작한 벤츠만의 향수.
3 작년 이탈리아 지사장에게 선물받은 셀레티의 건물 형태의 오브제 겸 식기.

 

 

 

빈티지헐리우드&하이칙스 대표 - 서보람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막연히 기가 센 여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좀 잘나간다 하는 패션업계 여자들이 보통 그렇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만난 빈티지헐리우드와 하이칙스의 대표 서보람은 수더분한 옆집 언니 같았다. 쇼핑과 멋 내는 것을 좀 좋아하는 언니. 집에서는 2년 차 주부이자 돌쟁이 아이의 엄마, 밖에선 두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로 사느라 지칠 법도 한데, 볼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생글생글 순진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녀는 사회 초년생 때 MD로 일했던 회사에서 시계와 주얼리 관련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당시 여자가 독특하고 예쁜 주얼리를 살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주얼리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벌써 8년 전이다. 8년이나 패션업계에 몸담았지만, 허세와 특유의 까칠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만날 일이 많은 브랜드 대표답게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일은 그녀에게 일상이다. 자칭타칭 주얼리 부자인 서보람 대표는 아침에 어떤 주얼리를 할까 보석함을 열었다가 친한 누군가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개인 소장품을 선물하기도 한다. 요즘은 인테리어 소품에 자꾸 눈길이 간다고. 올 연말엔 주얼리 트레이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밖에 서보람 대표가 추천하는 연말 선물 아이템은 찻잔과 양말이다. 찻잔은 차를 마실 때마다 선물을 준 사람을 떠올릴 수 있고, 양말은 포근한 마음을 전하는 가장 친근한 소품이라서. 그와 선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내년에 결혼하는 동생을 위해 미리 선물한 웨딩 슈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구두’라 불리는 마놀로 블라닉의 구두다.

2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본인 것보다 아이 옷 선물받을 때 더 기쁘다는 그녀.

3 빈티지헐리우드 매장을 오픈할 때 선물로 받은 트레이 세트. 가로수길 매장의 주얼리 받침대로 쓰이고 있다.

4 지인에게 선물받은 셀레티 머그잔 세트.

 

 

 

피브레노 대표 - 임성민
탐나는 취향을 지닌 사람이 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전해지는 분위기와 함께 남다른 미적 취향으로 은근하게 압도하는 사람 말이다. 피브레노 임성민 대표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지금처럼 원서동 골목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았을 때, 스테이셔너리 부티크 숍을 차렸다. 피브레노의 모든 제품은 가죽으로 만드는데, 티슈 케이스, 티켓 케이스, 사각 트레이 등 스테이셔너리와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대부분이다. “정말 친한 사람과 주고받는 선물은 특별하죠.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내 취향에 꼭 맞는 선물을 건넬 때, 그 감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잖아요.” 임성민 대표가 소개하는 선물은 그런 것들이다. 흔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사용하는 물건이거나 영감을 주는 물건. 사무실 책상에 자리 잡은 플로스 테이블 램프와 아침마다 집에서 사용하는 라파보니 커피 머신은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다. “사무실에 어울리는 조명을 사고 싶어 한참을 고심했어요. 그러다 플로스 조명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언제 살까 망설였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본 남편이 깜짝 선물을 한 거예요. 골드 컬러의 곧게 뻗은 라인을 볼 때마다 감탄해요. 라파보니 커피 머신은 연애 시절, 커피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남편이 이탈리아에 출장 갔을 때 구해 선물한 아이템이에요. 처음에는 커피를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려 조금 불편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침마다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가 정말 좋아요.” 이렇게 라파보니 커피 머신은 그녀에게 새로운 아침 시간을 선사했다. “저는 조금 생소하지만, 꼭 한번 사용해봤으면 하는 것을 선물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잠옷도 평범한 것 말고, 좋은 원단에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완성된 잠옷으로, 꽃도 생화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선물하죠. 뻔한 것이 아니어야 더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1 연애 시절 남편에게 받은 라파보니 커피 머신.
2 그녀의 책상에 자리한 플로스의 테이블 램프.
3 라디오를 즐겨 듣는 그녀를 위해 남편이 선물한 제네바 오디오.

4 그녀의 영어 이름인 IRIS, 이름이 같은 향수라며, 친구에게 선물 받은 향수.

 

 

 

챕터원 대표 - 김가언

챕터원에 가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김가언 대표는 유명 디자이너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내는 디자이너의 남다른 물건을 발굴하고, 국내 디자이너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런 까닭에 여러 작가와 다채로운 협업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전 서계 곳곳의 새로운 미감을 체험하는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특별한 선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DVD, 시계, 와인 잔, 레몬 스퀴저 같은 물건 몇 가지를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저는 특별한 날에 선물받는 것보다는 아무 날도 아닌 날 받은 물건이 기억에 더 남더라고요.” 길을 지나다 내 생각이 나서 샀다며 선물을 건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날에도 나를 기억해주었다는 이야기니!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DVD는 영국에 유학을 간 친구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날 받은 선물이다. 친구에게 아브라모비치의 전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그녀의 가방에 DVD를 슬쩍 넣어두었단다. 나의 관심사에 귀 기울여준 이들의 선물, 거기에 담긴 그 마음이 읽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선물이었다. 시간을 알 수 없는 ‘선데이 워치’는 10년 전쯤 남편에게 받은 것이다. “남편이 일요일을 주제로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주말에도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일했거든요.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전시가 끝난 후에 ‘이건 네 것’ 하면서 일요일은 시간 보지 말고, 즐기라는 의미로 준 작품이죠.” 톰 포드 향수는 향이 좋아 해외 출장 갈 때마다 사오곤 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선물로 사다 주기 시작했다고 김가언 대표는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선물은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 속에 특별한 힘을 부여한다. 김가언 대표는 사소함을 특별하게 바꾸어주는 선물의 힘을 신뢰하는 이다.

 

1 남편이 10년 전쯤 기획한 전시에 소개된 선데이 워치는 숫자 인덱스 대신 큐빅으로 채워졌다.

2 임기원 작가와 챕터원의 협업으로 완성한 도자기 오브제는 김가언 대표가 추천하는 연말 선물이다.

3 톰 포드 향수를 즐겨 쓰는 김가언 대표를 위해 남편 구병준 대표가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하나씩 사주는 선물, 톰 포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