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도 되지 않는 작은 방. 엄마와 아들이 갇혀 있다. 엄마는 7년째, 그리고 아들은 그 방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5세가 될 때까지 자랐다. 엄마는 오직 아이의 행복만을 위해 매일 작은 방을 모험의 장소로, 상상력이 피어나는 드넓은 우주로 만들어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는 작고 밀폐된 공간을 공포로 느끼지 않고 사람과 세상을 궁금해하는 아이로 커간다. 소설가 엠마 도노휴는 오스트리아에서 친아버지에 의해 지하 감옥에 갇혀 아이를 낳아 기르며 24년을 산 한 여인의 비극적인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룸>을 집필했다. 하지만 세상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소화하기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비극과 시각적 충격에 몰입하지 않고, 엄마와 아이를 통해 가장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 인간의 용기를 다루면서 ‘아름답고, 새로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룸>은 원작의 독자가 받은 느낌을 눈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엄마와 아이가 겨우 몸을 눕힐 만한 작은 공간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아이 잭(제이콥 트렘블레이 분)의 시선으로 방을 비추고, 관객은 비좁고 기분 나쁜 감옥의 방이 아니라 아이의 눈에 비친 ‘집’을 본다. 이 작은 방에 마법을 걸어준 것은 엄마 조이(브리 라슨 분)다. 열일곱 살 때 납치되어 갇혔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여인.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심지어 하나의 세상을 선물하기까지 하는 여인이다. 영화는 원작이 그렇듯 두 사람만의 작은 세계를 탈출한 후, 또 살아가야 하는 방 바깥세상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룸>은 고립된 삶을 살았던 엄마와 아이 모두의 성장기이며, 세상에의 적응기다.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엄마 조이 역의 브리 라슨이다. 싱어송라이터로 연예계에 데뷔해 단편 영화의 작가와 감독으로도 활동한 이 재능 있는 배우는 이미 <숏텀 12>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젊은 여성의 내면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도 언니 에이미(에이미 슈머 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딛고 일어서는 킴을 연기했다. 아마도 많은 감독이 브리 라슨에게서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꿋꿋하게 견디는 젊은 여인을 발견하는 것 같다. 그 얼굴은 <룸>에 이르러 클로즈업된다. 의도치 않은 비극의 한복판에서 가늠할 수 없는 절망과 싸웠던 조이를 연기한 브리 라슨은 <룸>을 통해 지금까지 크리틱스 초이스와 골든글로브를 포함해 여우주연상 트로피 4개를 들어 올렸고, 우리 시간으로 2월 마지막 날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브리 라슨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상, 그리고 영화에서 내가 했던 연기의 절반은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몫”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녀의 말처럼 <룸>은 결국 잭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 도노휴는 제이콥 트렘블레이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제이콥은 현실적이면서 명랑한 성격이었다. 잭은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얼굴이 예쁜데, 그 얼굴은 추한 ‘룸’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감옥과도 같은 작은 방은 한 인간이 저지른 죄악과 폭력이며, 인간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물로 거기 존재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름다운 얼굴을 한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사랑으로 기른 엄마가 있다. 상상보다 언제나 더 나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위대해지는가. <룸>은 그래서, 나빠질 수도 있지만 나아질 수도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추악한 인간과 자격 없는 부모에 대한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이야 말로, <룸>이 전하는 사랑과 용기의 메시지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