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lgari 오 파퓨메 오 떼 블루 조향사 다니엘라 앙드리에가 완성한 아로마틱 플로럴 향이 시원한 블루 보틀에 담겨 있다. 라벤더로 시작해 우롱차 어코드, 바이올렛 향을 지나 아이리스 머스크로 마무리되는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내음을 만끽해볼 것. 75ml 12만3천원, 150ml 19만9천원

 

 

차를 마시기 전 3초는 온전히 후각의 몫이다. 코로 향을 음미한 다음 입안에 번지는 잔향으로 차의 묘한 매력을 되새기는 시간. 이런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향수와 닮아 있다. 향수를 시향할 때 먼저 코로 향기를 맡은 후 피부가 머금은 잔향으로 향을 기억하니까. 불가리의 ‘오 파퓨메’ 라인은 이처럼 차와 향수의 공통분모에서 영감을 얻어 1992년 탄생했다. 다도와 각종 티(그린티, 화이트티, 루이보스티)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오 파퓨메’ 컬렉션의 향수들은 놀랍게도 차를 마실 때 느껴지는 입안의 향을 완벽하게 향수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이번 달 이 라인에서 새로운 향수가 탄생했으니 우롱차를 연상케 하는 ‘오 파퓨메 오 떼 블루’가 그 주인공이다. 정갈하고 담백한 향이 마음을 다독이니 향수를 뿌리는 시간이 곧 힐링이다. 이를 기획하고 완성한 불가리 퍼퓸의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레리아 마니니에게 들은 ‘오파퓨메 오 떼 블루’ 스토리.

 

 

동양의 차 문화인 다도에서 영감 받은 불가리의 오 파퓨메 컬렉션에서 새롭게 ‘오 파퓨메 오 떼 블루’가 탄생했다. 어떤 향을 담았을지 기대가 된다. ‘오 떼 블루’는 중국 푸젠성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최고급 우롱차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다. 조향사와 우롱차를 마셨을 때의 느낌을 더듬어가며 향기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끝 맛이 깔끔하고 깨끗하면서 꽃 향이 맴도는 우롱차를 표현하기 위해 톱, 미들, 베이스 노트에 각각 라벤더, 바이올렛, 아이리스라는 플로럴 노트를 담았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키는, 다시 말해 평온함을 담은 향기랄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뿌리면 좋겠다. 이번에 우롱차를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 우롱차는 활성산소를 없애 피부의 노화를 예방할 정도로 재생의 힘이 대단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롱차가 가진 산소, 생명력, 재생력을 향기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열정에서 시작됐다. 조향사 다니엘라 앙드리에와 숱한 논쟁과 의견을 교환한 후에야 산소처럼 맑은 향을 찾아낸 거다. 그때의 환희란! 

 

 

1992년 ‘오 파퓨메 오 떼 베르’로 오 파퓨메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차 컬렉션을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선 하나의 예술로 평가 받고 있다. 까다롭게 엄선한 차 원료는 하이엔드 럭셔리로 구분되는데 이 또한 불가리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마시는 차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차를 마시며 기분을 다독이듯 향으로 힐링을 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완성한 거다.

 

향을 맡으면 떠올리게 되는 장소와 순간들이 있다. 이달 출시한 ‘오 떼 블루’부터 이전에 선보인 그린티를 담은 ‘오 떼 베르’, 히말라야의 화이트티에서 영감 받은 ‘오 떼 블랑’, 남아프리카의 루이보스티를 떠올리게 하는 ‘오 떼 루즈’를 당신의 기억과 연관 짓는다면? 먼저 ‘오 떼 블루’는 공해가 가득한 도심 속 하늘에서 산소 방울을 덮어 쓴 듯한 느낌이다. 태양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그 에너지에 신선한 감귤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향을 담은 ‘오 떼 베르’는 카브리 해를 닮아 있고 ‘오 떼 블랑’은 알프스 산을 뒤덮은 보송보송한 눈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오 떼 루즈’는 화려한 색감과 열정이 느껴지는 남아프리카의 모습 그대로다. 신기한 건 정말 그 나라에서 판매율이 높다는 것!

 

 

향기 하나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특정한 장소를 연상시킬 수 있다니 신기하다. 자라면서 자신이 경험한 기억들, 지금도 겪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찬찬히 떠올려보자. 기억을 더듬고 감정을 되새겨보면 향기와 매칭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향수 아닌가.

 

 

불가리 향수의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하나의 향수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텐데, 향수를 기획하고 조향사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힘들진 않나? 수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불가리의 세계를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한다는 게 지금도 가장 어려운 숙제다. 하나의 꽃을 보고 화가들이 똑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듯 조향사들이 같은 원료로 각자의 향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쉽지만은 않다. 함께 우롱차를 직접 마셔보고 느끼면서 상상 속에서 어울리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마치 조향사들이 자신들의 악기를 이용해 최상의 음악을 완성하도록 이끄는 지휘자처럼 보인다. 본래 향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 조향사들과 하나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수천 번 의견을 주고 받으며 배우고 깨달은 바가 엄청나다. 결국 자크 카발리에, 장-클로드 엘레나 등 세계적인 조향사로부터 특별 교육을 받은 거다. 하지만 아직도 향은 내게 있어 미지의 세계고, 여전히 알고 싶은 것이 많은 호기심 천국이다.

 

 

생애 첫 향수는 무엇이었을까? 프렌치 퍼퓨머리의 대표적인 아이콘, 겔랑의 ‘샬리마’. 여자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샤넬 ‘N 5’가 차갑게 느껴진 반면 겔랑의 ‘샬리마’는 내게 마냥 포근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가장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향수가 있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뿌려보고 싶다’라는 강한 충동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 출시한 ‘오 파퓨메 오 떼 블루’가 그랬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뿌리는 것도 모자라 향수를 뿌린 스카프를 품에 지니고 다녔을 정도. 보틀에 가득 찼던 향수가 떨어질 때쯤 괜히 불안하더라!(웃음) 출장을 갈 땐 여섯 개의 미니 사이즈 ‘레젬메 컬렉션’을 챙겨 가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골라 뿌린다. 겨울엔 반신욕을 한 다음 파우더리한 ‘쁘띠마망’을 뿌려 마무리한다. 

 

 

향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공개해달라. 향수를 빗에 뿌린 후 머리를 빗으면 향을 은은하게 즐길 수 있다. 향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면 피부에 뿌린 후 오일을 덧발라볼 것. 그리고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을 담고 싶은지 생각해 향을 고르고, 향기를 순간적으로 느끼고 싶은지 하루 종일 지니고 싶은지 결정해 농도를 조절하는 거다. 

 

 

향수가 아직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향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면? 향에 예민하다면 머스크가 많이 들어간 향수로 시작하는 게 좋다. 처음부터 몸에 뿌리지 말고 옷이나 가방, 손수건 등 소품에 뿌리거나 향초를 태워 집 안에서부터 향을 맡는 습관을 들여봐라. 언젠가 향에 익숙해지는 타이밍이 올 테니까.

 

 

향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한 게 바로 향수다. 전 인류를 하나의 선으로 잇는 연결선이 바로 향수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에도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고 감정을 통하게 하는 매개체가 내겐 향수다.